“근무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아마존 노동생산성에 깜짝”

美‘4차산업혁명 현장’ 찾은 기업인들 이구동성

컨베이어벨트 속도 5배 빨라
노동생산성 韓의 두배 되는듯
국내 근로자는 버티기 힘들것
특수땐 비정규직 대거 충원도
한국도 생산성 향상 대책 시급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17일 “자동차 관련 제조업계, 중견·중소기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인 등과 최근 미국 아마존의 시애틀 물류센터를 방문했는데 다들 노동생산성에 놀라워했다”면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2배 정도는 더 높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서울 종합운동장 3~4배 크기에 로봇이 곳곳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며 “오전·오후 15분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45분을 빼면 다들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근무시간에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권 원장은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관으로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홍상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상무 등 40여 명 규모의 미국 혁신기업 벤치마킹 연수단과 함께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아마존을 비롯해 페이스북·에어비앤비 본사 등을 방문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 등을 살펴봤다. 미국의 4차 산업혁명 ‘현장’을 견학하고 온 셈이다.

이번에 동행한 구 회장은 “아마존이 물류센터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면서 “특히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우리보다 5배는 빠른 것처럼 보였는데, 국내 근로자라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삼구아이앤씨는 국내 최대 인력 파견 업체다.

구 회장은 또 “평소 현지 물류센터에는 2500~3000명의 정규직 직원들이 근무하지만 추수감사절 등 특수 때에는 외부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대거 충원해 5000명 정도가 일한다”면서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국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권 원장은 이에 대해 “국내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만 해도 한국 공장의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이 중국·미국·슬로바키아 공장의 노동자와 비교하면 60%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강도 높게 일하면 국내에서는 파업하게 될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근로자 1인이 창출하는 시간당 실질 부가가치(노동생산성)는 2011년 이래로 정체 상태에 머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5개국 중 최하위권(28위)을 기록하고 있다.

구 회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을 시행하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생산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이는 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회와 정부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숙제”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생긴 지 22년가량 된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2배인 6000억 달러(약 639조 원)에 이를 정도”라면서 “칸막이 규제가 가득한 국내에서 아마존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