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문제에 밀려 국내에서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지만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15∼16일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 당시 북한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했던 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6·25 당시 미국·영국에서 콜롬비아와 룩셈부르크까지 16개국이 군대를 보냈고, 스웨덴, 덴마크 등 5개국이 의료 지원, 39개국이 물자 지원을 했다. 파병 16개국 병사 중 4만667명이 전사했고, 전사자가 없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을 정도로 모두 피로써 대한민국을 지켜준 혈맹국(血盟國)들이다.

이번 외교장관회의에는 참전 및 의료 지원 21개국 중 18개국에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20개국이 참여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캐나다는 참석국들을 ‘밴쿠버 그룹’이라고 지칭하면서 앞으로도 공동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회의 후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 이행, 북한 추가 도발 시 압박 추가, 북한 선박의 해상 차단 강화 등이 합의됐다고 발표했다. 안보리 결의 제2375호와 제2397호에 명시된 북 선박 검색 및 압류, 동결 조항이 중국의 비협조로 인해 효과를 내지 못하자, 밴쿠버 그룹이 뭉쳐 해상 봉쇄에 나서자는 취지다. 미국은 이와 함께 괌에 B-2전략폭격기 3대 등을 추가 배치하며 대북 군사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의 위장평화 공세에도 최고의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는 결의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6·25 혈맹국들은 최고의 외교 자산이다. 한국은 ‘자유 대한민국’ 수호에 다시 나서겠다는 결의에 적극 부응함으로써 안보를 더 확고히 하고 유대도 강화해야 한다. 혈맹국들은 북핵을 전 세계에 대한 위협으로 거듭 규정하고, 최대 압박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국내 일각에서는 ‘민족끼리’를 외치며 대북 저자세와 유화책을 구사하려 한다. 북핵은 다른 나라 책임인 양 뒷전이다. 밴쿠버 그룹 회의는 대한민국에 역사의 채무(債務)와 현재의 책무(責務)를 거듭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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