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동물이 갖지 못한 특별한 기능이 있다. 약속이다. 인간은 미래를 미리 말할 수 있고 이로써 약속도 할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은 약속 없이 살기 어렵다.
약속이란 무엇인가? 미래를 예정해 놓은 일이다. 보통 두 명 이상이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서로에게 발표한 것이다. 문제는 미래 시점에 가서 실제로 그렇게 하느냐이다. 이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은 항상 그렇게 살아간다. 약속할 때에는 별생각 없이 그렇게 하자고 해놓고 쉽게 잊어먹거나 일부러 안 지킨다. 이런 사람은 말에 책임감이 없는 위험한 사람이다. 예부터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크게 경계해 왔다.
동양의 도덕적 관점에서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토(土)의 덕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남의 입장을 쉽게 짓밟는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 즉 신용이 없는 사람은 많은 덕목을 갖췄다 해도 모든 것이 무용하다. 약속은 인간의 덕목 중 최상의 것이고, 또 모든 인격의 뿌리가 된다. 그리고 약속의 인격은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절대적’이라고 말하는가?
간단히 생각해 보자. 짐승은 약속할 수 없는 존재이고 인간은 약속하고 지킬 능력이 있는 존재인 바, 이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사람은 짐승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함부로 말하고 지키지 않을 때 상대에게 얼마나 큰 실망을 안겨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남이 피해를 봐도 눈감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면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깊은 신뢰를 얻지 못해 결국 인생살이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운명을 보자. 운명이란 마음속에 깃드는 미래의 설계와 같은 것인데, 마음이 견고하지 못해 흐물흐물한 사람은 그 설계도가 정착될 수 없다. 이런 것을 일컬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고 한다.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은 그 짓이 빈번할수록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자기 자신을 허물어버린다. 이런 사람은 나중에 치매도 잘 걸린다. 남에게 돈을 잘 뜯기고 사람에게 늘 배신을 당한다. 그 이유를 보자. 운명이란 세상을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허물어져 버리면 그만큼 세상을 제어하는 힘이 약해진다. 자신이 흐물흐물한 존재인데 어떻게 단단히 세상일을 휘어잡을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은 당연히 쉽게 배신당하는 법이다.
여기서 주역을 통해 약속의 의미를 더 깊이 되새겨보자. 견고란 것은 주역에서 ‘산’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것을 허무는 행위는 산풍고(山風蠱)라고 하는데 속으로 곪아간다는 뜻이다.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스스로 곪아가는 것이니 운명이 나쁘다고 말한다. 밖으로는 인간에게 원망을 듣고 속으로는 스스로 영혼을 곪게 하니 운명이 좋게 와서 머물 곳을 허물어버린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대개의 사람은 사소하다고 해서 약속을 가볍게 여긴다. 이는 남을 속이는 중대 범죄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는 것이다. 주역의 괘상 산풍고는 허물고 배신한다는 뜻이 있는 바, 이는 남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자기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쉽게 약속을 뭉개버리는 사람이 돼가다니….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미래의 행복이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주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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