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남북 대화 흐름과 향후 대북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北 평창참가로 대화 모멘텀 올림픽 평화적 개최가 우선
南北관계 개선에만 집중말고 北美대화 이어지게 역할해야
韓美관계가 먼저 탄탄해야 文정부 ‘운전대論’도 힘받아
北 먹고살려고 核개발했지만 核때문에 살기 힘든 날 올 것
평창이후 ‘北요구’ 대응 위해 긴 호흡으로 전략적 대비해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조동호(58) 원장은 지난 16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다”면서 “남북관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설득해 북·미 대화로 이어지게 하면 운전자론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이후 경제 제재 해소나 추가 도발 등에 나설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한·미관계가 탄탄해야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게 된다”며 강력한 한·미 공조를 통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순간 북한이 살기 위해 핵을 개발했는데 핵 때문에 살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긴 호흡으로 대북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체가 아닌 개인의 시각인 점을 고려해 달라.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누가 더 큰 핵 단추를 가졌는지 등 뒤숭숭한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그런 국면이 한차례 지나가는 셈이 된 것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가 더 나은 방향으로 전개된 건 분명하다.”
―북한이 예술단 파견에 유독 적극적인데.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다음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가기 위해서 남한에 유화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예술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예술단 방남(訪南) 문제를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이고 올림픽은 선수들의 경기가 중요한 행사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으로 성공시키는 것, 이것을 모멘텀으로 남북관계 회복과 비핵화의 단초를 만드는 차원에서 북한의 선수단 파견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예술단이 지나친 조명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잘못하면 이것이 불필요한 남남(南南)갈등을 만들고 남북 관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게 본질이 아닌 만큼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완성까지 시간벌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누구나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벌기’라고만 치부하고,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게 더 나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채 계속 위협적인 언행을 하고, 올림픽을 앞두고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면 그게 더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고 갈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만 북한이 평창을 체제 선전장으로 삼으려는 등 노림수나 전략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핵을 협상 테이블에 절대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북한이 핵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나. 김정은은 어린 나이에 최고 지도자가 됐고, 앞으로 수십 년간 북한을 통치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외부의 적으로부터 체제를 지키는 안보와 함께 내부 정치의 안정을 꾀할 것이다. 최근까지 숙청 등 공포정치를 통해서 내구성은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핵·미사일 완성 선언도 했다. 하지만 정권을 유지하려면 일반 주민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어느 순간 살기 위해 핵을 개발했는데 핵 때문에 살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을 거라고 본다. 북한 경제가 발전해서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해외 투자를 필연적으로 끌어와야 한다. 지금처럼 핵을 가진 상태로는 대규모 투자를 못 받는다. 우리도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전제하에, 긴 호흡으로 대북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북한과의 대화가 비핵화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북한이 과연 비핵화에 호응해 줄 것이냐는 우려가 있다. 그런 부분을 우려만 하고 “아닐걸”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운명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 마치 신자(信者)처럼 믿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가야 하는 거다. 탁상공론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북한이 애초에 핵을 왜 가졌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이 체제를 보장받고 살기 위해 만들었는데, 핵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면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엔 ‘전략적 인내’라는 무시 전략이 지속되니까 북한은 계속 도발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북한도 핵으로 먹고살 순 없을 테고, 결국 비핵화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 핵을 건드리지 않는 상태에서는 협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도 비핵화의 길로 어느 정도는 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할 것이라는 주장은 학술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이후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다시 도발에 나서지 않을까.
“도발을 안 하면 북한이 아니다. 다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식이 중요하다. 일단 한·미 간 충분히 협의가 된 대응 전략을 갖춰야 한다. 또 북한이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화 국면을 다시 원점으로 가져갈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행동 때문에 한·미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된다. 한·미 관계가 탄탄해야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남북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북한이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재개 요구를 내놓지 않을까.
“그래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한·미 간에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할지 사전에 공조가 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도 삐걱하게 된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논의에서 볼 수 있듯 북한이 이를 대가로 우리한테 요구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축소,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중단, 5·24 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요구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북한이 우리에게 요구할 카드가 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 그럴 때 북한이 내밀 카드가 이산가족 상봉이다. 북한이 분명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한·미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물샐 틈 없는 공조가 필요하다.
―북·미 대화가 시작될 시점을 언제로 보나.
“일단 북·미 대화 모멘텀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이 대화하는 동안엔 군사옵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남북 대화에 응하라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90일 동안 도발 중단이 이뤄지는 것이고, 이는 북·미 대화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 셈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남북관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북·미 대화에 응하라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미 두 나라에만 맡겨선 안 되고 우리가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운전자론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북·미 대화로 이어지게 한다면 진짜 운전자론이 힘을 받게 된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필요하다고 보나.
“원론적으로는 정상회담은 항상 필요하다. 특히 남북처럼 분단된 상태에서 최고 지도자 간 만남은 굉장히 귀하다. 북한이 우리에게 너무나 큰 위협이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은 더 중요하다. 북핵에 대한 결정권은 김정은이 갖고 있는데, 김정은을 만나본 사람이 외부 세계에서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과 일본의 초밥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은 만나본 사람이 여럿이어서 외부에서 김정일의 행동을 분석하는 일도 가능했다. 김정은을 만나서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는 정상회담이 가장 좋은 창구다. 하지만 일정한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현재 여건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