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이어지는 야근에 지친 몸을 끌고 귀가하노라면, 한적한 골목에서 은은한 불빛을 밝히는 동네 책방과 젊은 주인을 보고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치부하기 십상이다. 닭장 같은 회사에서 매일 몸을 구겨 생활하는 회사원 처지에 비하면 자기만의 공간에서 직접 선별한 책들로 소수의 손님을 상대하는, 꽤 ‘호사스러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시기 어린 시선을 거두고 속살을 한 꺼풀 벗겨보면, 거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존적인 고민들로 괴로워하는 한 인간이 서 있다. 특히 이 책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동네 책방의 화려한 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책방이 용기 끝에 탄생하고, 고생 끝에 소멸하기까지를 그린 자기 고백이다. 동시에 안락한 조직을 뛰쳐나온 누군가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넘어지고 섰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행 서적을 전문으로 파는 7.5평 남짓의 서점, ‘일단멈춤’은 2016년 8월 31일 수요일 문을 닫았다. 그러나 저자는 “낭만도 절망도 사절”이라며 담담하게 처음으로 되돌아가 본다. 2014년 11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주택가에 자리를 잡은 지 2년이 조금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잡지 에디터를 하던 그는 직장 동료의 독립을 보고 “팡 터지는 폭죽처럼 별안간” 책방 오픈이라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책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글을 쓰는 작업을 병행하고 싶었던 탓에 동네 책방이라는 업종을 선택하긴 하지만, 곧 깨닫게 되는 것은 책방에 드리워진 낭만은 멀리서 지켜보거나 가끔 찾는 이에게만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여성 주인’과 ‘아담하고 소박한 책방’이라는 낭만적인 조합 탓에 매달 대여섯 건의 취재 요청이 들어올 만큼 책방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무료 데이트 코스로 회자될 뿐 책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단멈춤의 월 순이익은 평균 60만~80만 원 선, ‘일을 하면 월급을 받는다’는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 그는 오히려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버는 삶에 회의를 느낀다. “나 역시 의도적으로 SNS를 통해 편집된 책방의 분위기를 팔았지만 그뿐이었다”고 고백한 그는 지속적인 돈과 시간의 압박 속에서 끝끝내 두 손을 든다.
다만 그는 그 공간 안에서 나름대로 많은 선택을 했고, 또 다양한 사람을 만나 삶을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됐다. 책방은 문을 닫았지만, 과연 실패라고만 부르기 힘든 이유다. “훌륭한 책방 운영자는 아니었지만 예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책을 둘러싼 일을 사랑하게 됐다”는 저자는 책방 폐업 후 두 권의 책을 냈다.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라는 책의 부제는 그처럼 작은 꿈을 선택하고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을 위한 묵묵한 응원이자 위로다. 192쪽, 1만2500원.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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