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평화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평창동계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평화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女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전세계 주목… 종목발전 기대

선수단 한반도旗는 화합 상징
개막식·시상식서 태극기 등장

유엔결의 內서 北대표단 지원
금강산 문화행사, 점검후 결정

올림픽입장권 ‘노쇼’우려 없어
경기장, 용도에 맞게 사후 활용

평창 최대 유산은 ‘평화’ 될 것
‘ICT 선진국’ 기술 뽐낼 기회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8일 스위스 로잔으로 날아갔다. 20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직접 주재하는 ‘남북한 올림픽 참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한국), 민족올림픽위원회(북한), 남북한 고위 정부 인사, 남북한 IOC 위원이 참가하는 이 회의에서 북한 선수단의 규모,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동입장, 공동입장 시 한반도기 사용 등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9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결정된 뒤 대규모 방남단, 남북한 단일팀,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 등이 숨 가쁘게 결정, 진행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쁜 도 장관을 만났다. 도 장관은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추가 엔트리를 확보하는 방식 등을 통해 우리 선수단이 피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서울-평창으로 이어지는 문화 예술 행사의 경우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과 우리 공연단·예술인과의 합동 무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계동 문체부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따른 급박한 상황 변화에 따라 로잔으로 떠나기 전 서면 인터뷰를 추가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란이 크다. 정치논리가 앞선 것 아닌가.

“선수들을 만나 이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스하키 협회 및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추가 엔트리를 확보하는 방식 등으로 우리 선수단이 피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추진하겠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남북한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북 대치 국면 해소와 평화 가치의 구현, 안전 올림픽 실현 등 단일팀이 보여주는 가치를 주목하고 존중해 주셨으면 한다.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가 남북 문제를 풀어나가는 단초가 되는, 스포츠가 정치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도 장관은 “단일팀을 계기로 전 세계가 여자 아이스하키를 지속적으로 주목할 것이고 이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여자 아이스하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회식 남북 선수단 한반도기 공동 입장에 대해서도 반발도 크다. 이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주최국인데 태극기가 없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분들이 있는데 평창올림픽 개막식의 시작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각국 선수단 입장 시 한반도기를 든다고 해서 개막식에서 태극기가 사라진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또 개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면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연주된다. 분쟁을 멈추고 올림픽 정신에 맞게 평화적인 올림픽을 치르자는 의미, 남북이 군사적 대치를 멈추고 하나의 나라라는 걸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입장할 때 한반도기를 드는 것이다. 어떤 때는 화합하고 어떤 때는 양보하면서 평화적인 올림픽 분위기를 남북이 함께 만든다는 의미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도 장관은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 입장은 남북한 화합의 상징으로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대회에서 총 9차례 이뤄진 바 있다”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까지 총 9차례 이뤄진 공동 입장은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의지와 열망을 전 세계에 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역대 최대 규모 방남단이 온다. 북한 대표단 체류비 지원 등 준비는. 대북제재결의와 상충되지 않는지.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만큼, 북한의 입·출국, 체류 등에 일정 부분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북한 대표단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는 물론 유엔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

―금강산 합동 문화 행사는.

“체육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인사 등으로 금강산 합동 문화 행사 방북단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행사는 오케스트라 공연, 문학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한데 문제는 북측 시설이다. 북측 시설이 어떤지, 기술적으로 어떤 것이 가능한지 등을 점검한 뒤에야 행사의 내용, 규모, 참가자들을 결정할 수 있다. 23일에서 25일 실무 점검팀의 시설 점검에 따라 공연의 세부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다.”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 한국 예술가가 함께하는 식의 남북 합동 공연이 이뤄질 가능성은. 삼지연 공연과 관련해 정치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일단 합동공연에 대해서는 회담에서 논의된 바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현재 서울과 평창의 가능한 공연장 후보지를 뽑아 놓았다. 북측 사전 점검단이 방문해 몇몇 공연장 후보지를 직접 둘러본 뒤에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연 내용은 민요나 가곡, 세계 명곡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지만 아직 합의된 바는 없다. (정치성을 띠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협의해 결정해 나갈 것이다.”

―티켓 판매는 어떤가. 관중은.

“동계올림픽 입장권 판매는 107만 장 중 73만4000장(68.7%), 패럴림픽은 22만 장 중 14만8000장(67.4%)까지 올라와 있다. 이제까지 동·하계 올림픽 통계를 보면 개최 직전 달에 가장 많이 팔렸다. 우리는 이미 소치올림픽 등에 비해 더 많이 팔린 상태다. 여기에 북한의 참가를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이란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내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균 하루에 300장 팔리던 티켓이 성화 봉송을 하면 그날 1000∼3000장까지 팔리는 것을 봤다. 북한의 참가로 관심이 집중되고, 기대도 높아졌다. 입장권 판매 저조, 노쇼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없을 것 같다.”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은 어디 정도까지 마련해 놓았나.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해 놨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게 남아 있고 그 후에는 강원도와 협의해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원칙은 설립 목적에 맞게 쓰는 것이다. 다른 용도로 쓰는 것도 거론되는데 고유 목적이 있어서 만든 것 아닌가. 아시아에서 아주 자랑할 만한 봅슬레이 경기장(슬라이딩센터)을 마련해놓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 주체도 결정하고, 협의할 부분은 남아 있지만 원래 운영하기로 돼 있는 강원도가 잘 운영하도록 돕겠다.”

―평창올림픽이 어떤 메시지와 유산을 남길 것인가.

“평창의 최대 유산은 평화 올림픽이다. 그동안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까지 상황이 악화되면 선수단을 보낼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휴전선에서 80㎞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지난해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도 많았고 항공모함까지 오는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이 이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림픽의 최고 가치인 ‘평화’를 구현하는 올림픽으로 열리게 됐으니 참 다행스럽다. 고대올림픽에서 각 폴리스는 전쟁을 멈추고 사람을 죽일 때 쓰던 창을 들고 와서 멀리 던지기를 하고, 백병전 대신 레슬링을 하며 이긴 자의 땀과 진 자의 눈물을 생각하고 우승한 사람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그런 올림픽 정신이 한반도의 평창올림픽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구현되게 됐다.”

―평창올림픽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길 바라나.

“1988 서울올림픽 때는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나라라는 걸 전 세계가 알게 됐고 2002 월드컵 때는 저 나라가 역동적인 나라라는 걸 각인시켰다. 지난해 채택된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의 제목이 ‘스포츠와 올림픽 이상을 통한 평화롭고 보다 나은 사회의 건설’이다. 여기서 주목할 두 가지가 평화와 보다 나은 세계 건설이다. 나는 후자를 번영이라고 본다. 평화로운 한반도와 함께 우리의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전 세계가 와서 보고 3만 달러시대의 한국을 다시 인식하게 되는 계기, 그래서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성화 인수를 위해 그리스에 갔더니, 아테네 기자들이 사진을 전송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리더라. 한국은 30초 이상 걸리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많은 세계인이 5G, UHD 화면, 우리의 발전된 사물인터넷 같은 것을 다양하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기자들도 기사를 보내면서 한국을 새롭게 인식할 것이다. 이것이 무형의 자산이 돼서 새롭게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올림픽을 치르면서 얻는 또 다른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고 본다.”

이어서 질문은 평창 이슈에서 문화 정책 쪽으로 옮겨갔다. 도 장관이 의원 시절 제기했던 블랙 리스트 문제를 포함해 바닥 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안정적인 확보 같은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와 더 긴 안목에서 마련해야 할 문화 정책에 대한 요구가 층층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인 출신 장관, 문화예술인 장관인 만큼 현장의 기대도 높을 수밖에 없는데,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의 위험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블랙 리스트 문제는 도 장관이 의원 시절에 직접 제기했던 문제로 이제는 자신이 주무 장관이 돼 해결하고 마무리 지어야 할 입장이 됐다.

―블랙 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잘 진행되고 있나.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워낙 읽어야 할 자료, 조사해야 할 사안, 관련된 사람이 많으니 굉장히 힘들어하는 거 같다. 감당하기 벅차고 힘들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제보와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조사위원은 조사위원대로 이런 어려움이 있는 데다 기존 6개월 예산은 있지만 위원회 연장을 위한 추가 3개월 분 예산은 확보하지 못했다. 아직 진상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문제로도 진상조사위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블랙 리스트 조사의 최종 목표 지점은 어디에 두는가.

“첫 번째 목표는 다시는 블랙 리스트 같은 것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념적이든 정치적이든 특별한 이유로 예술인을 배제하고 검열하고 감시하고 차별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잘못 운영됐던 여러 제도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모든 기구와 사업들이 예술가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다. 지원 자체가 방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지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간섭의 문제는 예술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차원, 이 두 원칙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이번에 새로운 문화 비전을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기조로 삼아야 할 철학에 대해 논의했는데 첫째가 자율성, 둘째가 다양성, 셋째가 창의성이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건 창작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은 창의적인 사회로 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세 가지가 앞으로 문화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조다.”

실제로 도 장관은 지난해 12월, 장관 취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문화 비전 2030 - 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도종환 장관 표 문화 비전의 큰 틀을 밝히고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3대 기조로 발표했다. 도 장관은 오는 3월 이 비전의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문화 정책을 밝힐 예정이다.

도종환 장관은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예술가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창작 활동을 계속할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도종환 장관은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예술가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창작 활동을 계속할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비전을 밝혔지만 이 비전만으로는 방향을 알기 어렵다. 장관 재임 중 반드시 추진할 구체적인 문화 정책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하다기보다,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이 문화예술인을 제대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는 문예진흥기금의 안정적인 확보다. 지난 10년간 5000억 원 규모 문예진흥기금이 바닥났다. 올해는 메워 놨지만 문예진흥기금의 안정적·지속적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그다음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창작 활동을 계속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공연을 하지 않을 때, 작품을 하지 않을 때도 최소한의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같은 것, 최소한의 사회적·경제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 정도는 내가 장관 하는 동안 만들고 가겠다.”

도 장관은 프랑스의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보험제도 ‘앵테르미탕’은 연극, 영화, 공연 중심이라며 우리는 여기에 문학인, 미술인까지 포함해 혜택 대상을 더 넓힌 보험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 장관은 교육비나 의료비처럼 책을 사고, 연극·콘서트를 관람한 비용 같은 문화 비용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술 소비를 늘리는 것 그리고 예술인 복지 금고 확충을 재임 중 추진할 또 다른 두 가지 주요 정책으로 꼽았다. “예술인들이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미술 전시회를 열고, 공연 무대를 만들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대출받을 데가 없지 않나. 예술인 복지 금고를 만들어 이들에게 대출·융자를 해주고 전시회나 공연이 끝나면 수익금으로 갚을 수 있도록 복지 금고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도 장관은 이 네 가지를 우선적으로 말했지만 전체적으로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창작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런 큰 틀에서 저작권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예술가들에게 음악 저작권, 문학·미술 저작권을 찾아주는 일을 더 많이 할 것이다. 헬스클럽에서 온종일 음악을 틀어도 무료인 형태가 아니라 50㎡ 이상 공간에서 음악을 틀면 최소한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장관이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문학진흥법에 따라 진행 중인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이 그 위치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대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떤 계획이 있나.

“문학관 위치를 둘러싸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과열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가 논의한 끝에 용산으로 하자고 건의했다. 문학관을 국립중앙박물관 옆 문체부 소유지에 지으려 하는데,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는 공원 안으로 이런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용산 공원의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하지만 용산 공원 마스터 플랜은 10년 뒤에 나올지 15년 뒤에 나올지 아직 모른다. 모든 군부대 시설이 언제 이전할지 모르고 그 후 전체 공원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 테니 서울시도 참여해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서울시가 아직 확답을 안 주고 있다. 용산이 아니라면 어디에 지으면 좋을지 같이 상의해 보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여기 들어와서 꼭 같이 논의해주면 좋겠다. 서울시를 포함해 건축, 환경, 국토교통부 등 관련된 분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방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학진흥법을 대표 발의하셨는데, 최근 문화계에서는 국가 중심, 국가 주도형 문화 진흥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물론 그렇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국가가 지원하고 진흥해서 세계적인 상을 받은 건 아니다. 그런데 정책도 없고, 정책 전문가도 없고, 어떻게 진흥시킬지 방안도 없는 상태에서 중요하다는 말만 할 뿐 퇴보하고 있는 기초예술 분야는 방치할 수 없다. 기초 예술인 문학도 그렇다. 문학이 튼튼해야 시나리오 작가도 나오고 연극 대본가도 나오고, 그 탄탄한 드라마 대본 시나리오로 한류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고 아름다운 가사도 만드는 것이다. 그게 저변이다. 스토리 텔링, 콘텐츠 사업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작가들이다. 이런 이들의 70%가 100만 원 이하 급여를 받는다. 이들을 방치하고 어떻게 한류가 계속되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그런데 문학 그 자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있어도 문학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없다. 그런 고민 때문에 문학진흥법도 만들고 정책위원회도 만드는 것이다. 기초 예술 중 기초 예술인 문학이 계속 쇠락해가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에도 최저임금 관련 적용 대상이 많다. 문체부 대책은.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는 대부분 중소 규모 기업 위주에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저임금 근로자가 많다. 이 분야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14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문체부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관련 업계 간담회, 현장 방문을 통해 의견을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시인 출신 장관이라서 문학에만 관심을 가질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지난 6개월여 동안 공예산업 진흥계획을 따로 세웠고 영화진흥을 위해 영화인 의견을 100% 수용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출판인들의 바람대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구성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각 부문의 진흥계획들을 같이 세우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특정 분야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 예술인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2018년은 우리 문체부가 다시 일어서는 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취임 직후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라고도 했다. 장관으로 6개월 지나고 보니 어떤가. 문체부는 바뀌었는가.

“영혼 있는 공무원이 되라는 건 지금 문체부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영혼 있는 공무원이 있을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영혼이 없도록 부당한 지시를 강요하면 영혼 있는 판단과 영혼 있는 행정을 못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 그런 얘길 한 것이다. 나부터 부당한 지시를 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에서 그런 지시가 내려오면 내가 막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것을 문체부 직원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신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 일을 하면서 문체부 직원들이 스스로 활력을 만들어 내고, 그 활력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길을 내고 스스로 일어설 좋은 계기를 만들 것이다. 대결 국면이 아닌 평화 국면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고 국민으로부터 그런 인정을 받는다면, 그런 과정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바빠 시 쓸 시간은 없겠다.

“몸과 마음이 너무 바쁘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안 쓰려고 하면 눈발이 날리고, 안 쓰려 하면 꽃이 지고, 안 쓰려 하면 별이 뜨고 하니 쓸 수밖에 없다. 안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써야지 어떻게 하나. 가방에 항상 노트가 있고 휴대전화 메모장에도 쓰고. 쓸 수 있는 도구는 손 닿는 어딘가엔 있다. 하지만 시를 쓸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는 게 어렵다. 바쁘다가 다시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게 어렵다.”

―어떤 시인,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나는 특별한 경우에 특별한 역할을 맡았다. 작가였던 사람이 국회의원을 두 번 하는 특별한 역할을 하다 장관이라는 분에 넘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지겠다. 나도, 주변 사람도 이러다 문학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거 아닐까 우려하는데 괴테는 바이에른 공화국 장관까지 하면서 파우스트라는 만년의 대작을 남겼다. 빅토르 위고도 상원의원을 지내고 프랑스혁명기 망명도 하며 역사 격동기에 레미제라블을 썼다. 정치적인 역할을 하면 작가로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닌, 문학적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경우도 없는 건 아니다.”

인터뷰 = 최현미 부장(문화부)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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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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