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회사원·전문직 종사자
부끄러워 신고 망설인 경우도
60대이상 고령층은 12% 불과
“뭔가에 씐 것 같아요. 억울하지만 창피하기도 해요. 제발 모른 척해주면 안 되나요?”
지난해 11월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를 당한 김모(여·25)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인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 통화를 5시간 동안 계속하면서 돈을 가로챘다”며 “노인들만 속는 줄 알았는데 젊은 내가 직접 겪으니 황당하고 한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그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 일당에게 당해 20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박모(여·27) 씨는 지난해 12월 초 보이스 피싱 일당에게 속아 오전 11시부터 4시간 동안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은행에 예금해 둔 현금 1200만 원을 모두 찾아 건넸다.
그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범인이 직접 쓴 영수증을 보여주기만 하고 그냥 가져갔는데도 돈을 줬다. 그는 ‘사기사건에 연루됐으니 (가짜)정부기관 사이트에 접속해 사건번호를 확인한 뒤 금감원 직원을 만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라’는 전화를 받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어 이름이 나오자 그때부터 불안감에 정신을 잃고 범인을 만나 돈을 건넸다. 게다가 그는 다음 날까지 마음을 놓고 있다가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던 중 사기당한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속이 상했지만 부끄러움이 더해 신고를 망설였다”고 말했다.
20∼30대 여성을 상대로 한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 피싱 피해자 156명 가운데 20∼30대 여성이 113명으로 72.4%를 차지했다. 보이스 피싱의 주요 대상이던 60대 이상 고령층은 전체의 20명으로 12.8%에 불과했다. 2016년에는 피해자 17명 가운데 15명이 20∼30대 여성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회사원 또는 전문직 종사자로 보이스 피싱은 알고 있었지만, 수법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은 검찰과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걸려 온 개인정보 유출, 사기사건 연루 등의 수법에 당했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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