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정치학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8일 통합개혁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국민이 통합 신당에 기대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당 간 이념적 분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두 대표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와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가 양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의 논리에 빠져 있는 한국 정치를 바꾸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약 14년간 처리된 법안들에 대한 서울대 폴랩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여당과 제1야당의 이념적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합 신당이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거대 정당들의 색깔론적 이념 대결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의미가 크다.

둘째, 지역 패권 정당 체제의 종식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세 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됐다. 통합 신당이 지금까지 그 어느 정치 세력도 해보지 못한 ‘수도권 중심의 젊은 정당’을 구축해 영·호남 기반의 낡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큰 수확이다.

셋째, 제3당의 균형적 역할이다. 통합 신당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을 쫓아 움직이는 ‘기회주의적 균형’이 아니라, 거대 양당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변혁적 균형’을 추진하면 나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통합 신당이 그동안 어느 거대 정당도 실천하지 못한 공천 혁명을 이룩한다면 계파, 줄 세우기, 사당화의 구태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다.

이런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통합 신당의 정체성이 문제다. 한쪽에서는 보수를 버릴 수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도를 강화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장, 햇볕정책에 대해 안 대표는 유지, 유 대표는 반대한다. 중요한 안보 정책에서 이렇게 차이가 드러나면 혼선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두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도 우려된다. 그동안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를 설득하지 못했고, 유 대표는 바른정당 창당(33석) 1년 만에 의석 한 자릿수(9석) 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당장 통합 신당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당내 통합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한다는 것이냐”고 공격하고 있다. 그동안 안 대표는 ‘유아적 리더십’, 유 대표는 ‘협량의 리더십’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이 없으면 새 정치와 개혁을 이끌어갈 수가 없다.

신당의 향후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걱정된다. 지난 1987년 5월 김영삼의 상도동계와 김대중의 동교동계는 각각 50% 지분을 갖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민주화 투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은 쟁취했지만, 그해 12월 대선에서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두 세력이 대립하면서 결국 쪼개졌다. 친안(親安)과 친유(親劉)로 양분된 통합 신당도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패권주의로 빠져들 수 있는 위험 인자가 내재돼 있다.

두 대표는 엘리트 출신의 정치 금수저다. 이것은 큰 장점일 수 있고,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엔 변하지 않는 철칙이 있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철칙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 사람을 귀하게 여길 때 두 대표가 열망하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대로 이런 법칙을 무시하면 신당은 뺄셈 통합으로 가면서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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