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에도 초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하면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틀 연속 이어져 서울시는 세 번째로 대중교통 무료운행 정책을 시행했다. 대중교통 무료운행 정책의 효과는 모든 사람이 예상했고, 이제는 알고 있듯이 미미했다. 공공기관처럼 강제로 주차장을 폐쇄하지 않는 이상 대중교통비 무료라고 해서 그 누가 자가용 출퇴근 행동습관을 바꾸겠는가. 결국, 교통량 줄이기에는 실패하고 혈세(血稅)만 소진한 셈이 됐다.
몇천 원 할인받은 대중교통 이용자 중에서도 과연 몇 명이나 이 정책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시민들에게 환경 개선에 대한 캠페인으로 가치가 있다는 둥, 미세먼지 정책에 동참한다는 의식이 생겼다는 둥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만 하더라도 이 정책의 예산 증액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이는 시민들의 상식에 부합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합리적인 정책을 설계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스마트한 정부는 우리에게는 호사스러운 일인가. 사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미세먼지 같은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단순하고 무식한 논리로 대응해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재정만 낭비한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지역에 널려 있는 선심성 복지정책들, 혈세로 만들어진 호화 청사와 우스꽝스러운 흉물들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정책은 정치 및 행정 시스템이 만들어낸 최종 산출물이다. 그러니 이런 불량 정책을 만들어낸 과정과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제도 개선이 있어야만 국민이 원하는 스마트한 정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증거에 기반한(evidence-based)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정책 개발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더는 선진국 어디에선가 채택된 정책이라는 말로 효과가 의심스러운 정책을 포장하는 방식은 불가하다. 정부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 과학적인 예측과 분석을 통해서 최선의 대안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재정 수요 예측과 정책의 비용 추계를 통해 재정 대비 효과가 분명하고 다른 대안들에 비해 우수한 정책이 선택되는 스크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들과 같이 행정부나 의회의 예산편성 및 심의 과정에서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에 대해 더 충분한 자료 검토와 꼼꼼한 검증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의 포장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적 리더십의 영향을 정책 과정에서 축소해야 한다. 겉모양만 요란한 선물 세트로 환심을 얻고자 하는 정치적 판단은 최소한 정책의 분석과 평가 과정에서는 배제하는 행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서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표(票)를 확보하려는 포퓰리즘적 접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운행과 같은 선심성 정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토피가 있다면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 인자를 찾아내 이를 제거해야지, 당장 시원하다고 피부를 긁어주면 피부의 상처만 더 심해진다. 문제의 핵심을 밝혀내 이를 개선하는 데도 재원과 역량이 부족한 판에, 포퓰리즘적이고 대증적인 접근에 시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더 큰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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