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실수에 무너지는 ‘나비효과’

실력 출중 완벽주의 주말골퍼
익숙한 골프장선 제 실력 발휘
생소한 코스의 사소한 실수엔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 많아

예기치 않은 상황도 경험해야
불확실성을 넘어 확실성 체득


주말 골퍼 중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 많다. 대개 이들은 스윙자세도 좋고, 드라이브, 아이언 샷이 정교하다. 평소 골프 클럽을 비롯한 골프 관련 장비를 철두철미하게 점검하며 라운드를 위한 컨디션 조절도 철저하다. 필드의 전략도 치밀하다.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무리하는 법이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트러블샷을 해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골퍼들은 평소 친한 동반자와의 라운드나 익숙한 골프장에서는 늘 자신의 실력을 보인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믿음을 주기 때문에 팀별 혹은 조별 대항전인 경우, 누구나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렇게 믿음직스러웠던 사람이 정작 경기에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스코어를 낼 때가 있다. 경기 초반에는 예상대로 잘 친다. 그러다가 중간에 사소한 ‘실수’ 이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다. 동반자는 물론 자기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평소의 실력대로라면 늘 우승하거나 이길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경기에서는 번번이 무너지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셈이다. 흔히들 ‘멘털이 약해서’ ‘새가슴이라서’라고 치부하고 만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단순히 멘털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현상학적으로는 멘털 문제다. 그러나 이런 골퍼들은 단순히 멘털 강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성격적인 요인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골퍼들은 성격이 침착하며 온화하고 차분하다. 또한 매사에 신중하며 계획적이고 단계적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선호하고 이를 편안해한다.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쉽게 당황하고 긴장하며 안절부절못할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고 태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속으로는 정반대다.

이처럼 사소한 실수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는 골퍼들이 ‘나비효과’에 해당하는 경우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나비효과는 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컴퓨터로 기상을 모의 실험하던 중, 초기 조건 값의 미세한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돼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골프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볼이 멀리 가면서도 정교할수록 좋다. 따라서 출발지점에서 미세한 변화는 종착점에서의 결과가 기대치와 크게 다를 수 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의 골퍼들은 다음 샷을 하러 갔다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때, 그 상황이 미세함에도 크게 지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생소하고 낯설게 느낄 때가 많다.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이런 골퍼가 경기에서, 내기에서 이기고 싶다면 낯설고 생소한 상황을 친숙하고 익숙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즉 경기 전, 미리 여러 번의 라운드를 통해 골프장의 특성을 친숙하게 만들고 그 골프장에서의 전략을 익히는 것이다. 또한 예상되는 트러블 상황에서의 연습을 통해 낯설고 예기치 않은 상황을 친숙하고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키 160㎝에 드라이버 거리 230야드에 불과한 폴 런얀(사진)은 1938년 쇼니 컨트리클럽에서 골프계의 전설로 통하는 샘 스니드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드라이버 거리가 짧았던 그는 평소 그린 근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들에 대비,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했고 이것이 통했던 셈이다.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 박사인 밥 로텔라는 “87세에도 쇼트게임을 연습하고 있는 런얀은 모든 수준의 골퍼들의 귀감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정교한 샷을 하는 골퍼라도 라운드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만사가 모두 불확실의 연속이다. 예견한 대로 이뤄지는 것이 얼마나 될까?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평소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경우를 대비해 수없는 체험과 경험으로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어야 한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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