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정책을 오래 담당해온 정부 관계자 A와 부동산 정책을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정책 당국자인 그는 말하기를 꺼렸고, 발언에 부담 없는 민간인들이 주로 얘기하는 자리였다. A에게 “최근 서울 강남 집값 급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서울 집값이 역대 최고라고는 하지만,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를 제외하고는 별 차이가 없다”며 “강남 4구 중에서도 주택은 오르지 않고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만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풍부한 자금을 가진 분의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닌가 싶고, 그런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A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나눌 수 있는가’라는 반론이 나왔다. 그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국세청) 자금출처 조사도 하고, (투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투기를 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처럼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진단 자체에 하자(瑕疵)가 있다는 뜻이었다.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면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A는 “보유세 인상이 중·장기적으로 집을 보유하는 비용을 높이겠지만, 단기적으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보유세를 인상했지만,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론(異論)이 없었다. 정부가 밝힌 ‘보유세 인상이 다주택자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예컨대, 지방에 집을 3채 갖고 있어도 모두 합산해봐야 5억 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강남에 집이 한 채만 있어도 20억 원, 30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죄악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A는 곤혹스러워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강남의 똘똘한 집 한 채’ 열풍인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가구 1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일종의 신성불가침 같은 영역으로 간주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청와대 산하에 만들어질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런 문제를 모두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정개혁특위는 예정된 시한을 훨씬 넘겼지만, 아직 구성도 되지 못했다. 재정개혁특위가 만들어지면서 어떤 식으로든 보유세 논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된 종합부동산세가 깊은 상흔(傷痕)을 남겼듯,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목표로 한 정책은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은 지역, 연령 등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기왕 재정개혁특위까지 만들 것이라면,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집행돼 온 부동산, 주식 등 자산(資産)에 대한 과세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h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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