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경찰 수사력 도마 위에

수사경찰관이 몰래 검사 접촉
사건 처리·영장 등 조언 부탁도


2015년 9월 신모(28) 씨는 인터넷 도박으로 억대의 빚이 생기자 보험금을 노리고 울산에 사는 여동생(당시 23세)을 살해할 결심을 했다. 신 씨는 여동생과 함께 식사한 뒤, 독극물을 소화제라고 속여 먹게 해 동생을 살해했다. 당시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유족에게 사체를 인도하겠다고 검사에게 보고했다. 검사는 유족인 신 씨의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사체 부검을 지휘했다. 그 결과, 사체에서 청산가리 중독이 확인돼 보험금을 노린 신 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신 씨는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6만3300명에 대한 경찰의 수사 오류가 형사소송법상 검찰의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행사로 바로 잡혔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행사나 재수사로 평범한 시민의 억울함이 풀리는 경우도 많다. 수원지검 여성·강력범죄전담부 정성헌(36·사법연수원 39기) 검사는 경찰이 죄가 있다며 기소의견으로 넘긴 강제추행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 고발인 A 씨가 허위로 신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해 7월 여자친구와의 말다툼을 말리는 피해자를 폭행한 데 이어 성추행 혐의까지 뒤집어씌우려 했다. 경찰은 A 씨와 그의 여자친구 진술 등을 근거로 피해자를 강제추행죄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정 검사는 A 씨 여자친구가 추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허위신고 단서를 찾아냈고 결국 A 씨의 자백을 이끌어 냈다. 가해자가 될 뻔한 피해자는 수원지검 인터넷 게시판에 “수개월 동안 성범죄자의 누명을 써서 억울했는데, 신중한 조사로 억울함을 해결해줬다”며 감사 편지를 썼다.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B 검사는 수사 경찰관의 ‘몰래 접촉’이 어색하지 않다. 경찰관이 형사사건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 큰 틀의 사건 처리 등과 관련해 담당 검사에게 법률적 조언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찰관은 “비공식적 연락으로 해달라”고 검사에게 부탁한다고 한다. 경찰관이 검사에게 수사지휘권 행사를 공식 요청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보고를 경찰 윗선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B 검사는 “과거부터 최근까지 경찰관들의 몰래 연락이 이어진다”며 “경찰 수뇌부 기류와 달리, 일선 경찰관들은 검사의 지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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