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 아니고
소규모라 현장점검서도 빠져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로 69명의 사상자가 발생(사망 29명)한 뒤 각 지역 소방본부마다 각종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거 빈곤층이 주로 투숙하는 소규모 노후 건물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방화로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서울 종로구의 여관은 초기 진화 및 긴급 대피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방화가 아닌 일반 화재였더라도 대형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번 종로 여관처럼 낡은 숙박업소들은 화재에 더 취약한데도 정작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집중 관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재 사망자 6명에 대한 부검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원에서 이뤄졌다.
서울시 재난안전본부는 지난 8일 ‘겨울철 대형화재 우려 대상 중점관리 계획’을 내놓고 화재 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대상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찜질방·목욕탕 등 유사시설 354곳을 긴급 점검했고, 다음 달 28일까지는 다중시설 및 대형화재 취약대상 1535곳을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 불이 난 여관은 ‘대형화재 우려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숙박시설의 경우 5층 이상, 객실 50개 이상인 곳만 해당하기 때문에 객실이 9개에 불과한 이 여관은 제외됐다.
또 불이 난 여관 건물은 1964년 지어진 데다 1층 54.55㎡, 2층 48.79㎡의 소규모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따르면 숙박시설의 바닥 면적이 600㎡ 이상인 경우에만 간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다. 이 여관에는 대피로도 없었다.
화재가 출입구에서 일어난 상황에서 옥상에는 창고로 쓰이는 가건물이 있었고, 건물 뒤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쓰이지 않아 대피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력이 부족해 전수조사를 하기 어렵다면 민간 업체에 위탁해서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노후한 목조 건물의 경우 방염 처리 등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 혜화경찰서는 21일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유모(53) 씨를 구속했다. 여관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유 씨에게 경고하고 훈방했지만, 유 씨는 택시를 타고 떠났다가 휘발유를 사서 40여 분 만에 돌아와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유 씨는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언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주취자를 체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멀쩡하게 큰길로 걸어가 택시까지 타고 떠나는 등 의심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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