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서울 강남을 겨냥한 재건축 압박 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서울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 예측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강남권 조합원 1인당 최고 8억4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8일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릴 수 있다고 흘렸다. 지난 11일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강남 재건축·고가아파트를 언급하며 투기 과열지역에 대해 “무기한·최고강도 단속” 엄포를 놓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8·2대책 후 문 대통령이 말한 ‘주머니에 있는 더 강력한 카드’ 시리즈인 셈이다.

국토부가 부담금을 미리 공개한 것은 경고 메시지다. 8·2대책에도 재건축 지역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세금폭탄’을 예고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부담금으로 수익성 전망이 흔들리면 재건축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건축 연한 40년 조치도 사업 대상을 크게 줄일 것이다. 두 정책의 뿌리는 노무현 정부에 있다. 노 정부는 강남 재건축을 투기의 근원으로 보고 재건축 연한을 20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했다. 문 정부 들어 당시 재건축 핵심 규제가 되살아나는 기류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남 아파트는 대기 수요가 몰린 희소 상품이다. 게다가 ‘수월성 고교’ 폐지로 수요를 더 키웠다. 시장에 대한 초보적 이해만 있어도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임을 안다. 서울에서 1987∼1991년 준공된 30년 안팎의 아파트는 24만8000가구, 이중 강남 3구 비중은 14.9%다. 이들 재건축이 막히면 기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지 모르지만, 효과는 없고 위헌(違憲) 시비를 또 부르게 된다. 진작 실패로 결론 난 강남 집값 실험을 대안 없이 반복하면 시장에선 더 큰 역풍(逆風)만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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