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방북했던 미국인들이 별것도 아닌 일에 휘말려 중형을 선고받고,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이 빈발하자 미국 국무부가 1월부터 방북 희망자들에게 유서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무부는 지난 10일 국가별 여행경보를 갱신하면서 북한 방문에 엄격한 조건을 추가, “북한 방문 시 불의의 사건 사고에 휘말려 사망할 가능성에 대비해 유서 작성은 물론 보험 수혜자를 미리 지정하고, 위임장도 작성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자녀 문제 및 반려동물 처리는 물론 재산과 장례식에 관한 사항까지 가족과 협의 후 방북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국가별 여행위험 수위를 4단계로 분류한 새로운 경보시스템을 발동하면서 북한 등 11개 나라를 여행금지 대상인 4단계에 지정했는데, 특히 북한에 대해 유서 첨부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 지난해 9월 1일 북한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한 데 이어 북한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규정, 사실상 출입 금지령을 내린 셈이다. 죽을 각오가 없는 한 북한에 가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미국이 이 같은 극단적 조치까지 마련한 것은 방북했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코마 상태로 귀국해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북 단체 관광사업을 하던 케네스 배도 컴퓨터 외장 하드 때문에 1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735일 만에 석방됐다.
북한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괴한 나라라는 게 방북 미국인들의 한결같은 결론이다. 아버지인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함께 지난 2013년 방북했던 소피 슈밋은 여행 후 북한을 1년 365일 ‘트루먼 쇼’가 진행되는 이상한 나라라고 혹평한 바 있다. 모든 사람이 각본에 짜인 대로 행동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평양과기대 교사 생활을 기록한 ‘평양의 영어 선생님’에서 수키 김도 “평양의 삶은 어항 속에 사는 것과 같다”면서 “모든 말과 행동은 상호 감시된다”고 썼다. 그는 또 정보 통제로 인해 학생들이 지독한 무지 상태에 빠져 있다고 썼다. 수업 중 학생이 “이코노미 클래스가 무엇인가요? 비행기 안에서 경제 수업을 하나요”라고 물어 깜짝 놀랐단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방문하는 600여 명의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트루먼 쇼에 익숙했던 어항 속의 북한인들이 자유의 나라 한국에 와서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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