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블랙리스트’ 항소심 선고

김기춘도 1년 높아진 4년刑
법원 “朴 前대통령 포괄 승인
趙 前장관도 지원배제 공모”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23일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과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며 이같이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 등 박근혜 정부 관계자 7명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어 “문화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는 훼손되고 전체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가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졌거나 정부를 비판·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인사들을 일률적으로 지원배제하는 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침해일 뿐 아니라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지원배제 혐의뿐 아니라 1심에서 무죄로 난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도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날 특히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1심과 달리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문화계가 좌편향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좌파 배제에 대한 정책 기조를 형성했고, ‘문제 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 방안’ 문건을 직접 보고받는 등 개별적·포괄적으로 좌파 지원배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문화예술에 대한 편 가르기와 차별로 평가되는 업무를 한 것은 국가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불법행위를 조직적·장기적으로 저지른 것으로서, 국정 전 분야를 통틀어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질책했다.

법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해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지원배제 업무 인수인계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의 보고 등을 통해 지원배제업무의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수용했다”며 1심과 달리 블랙리스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로 채택된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실 캐비닛 문건들’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27일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와 관련,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이후 180일 만에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의 항소심 형량은 1심과 같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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