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불이익 증거없다” 주장에
“사찰·원세훈 재판 개입” 맞서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법원은 당초 조사 취지와는 다르게 이전보다 더한 갈등과 혼란에 휩싸였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의 ‘1·22 조사 결과’를 놓고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있는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다”는 주장과 “법원행정처가 ‘거점 판사’(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를 정해 판사들을 사찰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개입하는 등 청와대를 도왔다는 의혹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내 갈등과 혼란을 막기 위한 취지로 결정됐지만, 조사 결과 블랙리스트에 들어맞는 문건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추가조사위는 갈등의 불씨가 될 법원행정처의 판사 성향·동향 파악 의혹 및 원 전 원장 재판 개입 의혹 등을 보여주는 문건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 사이에서는 공직자윤리위 회부 등 강경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일부 판사는 “당초 조사 대상이었던 인사 불이익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고 원 전 원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가 이른바 ‘거점 판사’를 두고 일선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것을 두고도 판사들 사이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어느 정도 수준의 동향 파악은 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에 따른 대응방안까지 논의한 것은 사찰”이라고 평가한 반면, 고법의 또 다른 판사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상고법원과 같은 정책에 있어 공개적인 의견 수렴도 있지만 비공개로 법원의 의견을 들으려 했던 것을 동향 파악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법원 내 갈등이 드러나면서 추가조사위 조사에서 불거진 위법성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중심이 된 법원행정처 컴퓨터 열람을 두고 일부 판사는 “비밀침해죄 소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지만 추가조사위는 이런 지적을 묵살하고 컴퓨터 열람을 강행한 바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위법성 소지가 있는 사안을 조사하면서도 별건조사를 벌였고 이를 외부에 발표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에서는 판사들 사이의 갈등이 커질 경우 대규모 사퇴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철순·김리안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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