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남북 고위급회담의 ‘11개 항 합의’ 직후부터 제9항인 금강산 지역의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제기됐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끼워넣은 것임은 물론, 유엔 및 한국의 대북 제재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십수 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해 온 강원도민들은 ‘평양올림픽’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국제사회는 북핵(北核)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전술에 말려들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행사와 마식령 공동훈련을 준비하기 위한 정부 선발대가 23일 방북했다. 선발대는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끊긴 동해선 육로를 이용해 금강산으로 들어갔고, 일부 인원은 원산시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해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라 한다. 금강산은 5·24 대북 제재 조치로 관광 및 방문이 금지된 곳이고, 마식령스키장은 김정은이 체제 선전과 외화벌이를 위해 유엔 제재를 편법으로 우회하며 조성한 시설이다. 선발대 활동은 대북 제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선발대의 마식령 방문이 이 스키장을 공인하거나 선전해주는 것처럼 비쳐서는 절대 안 된다. 마식령스키장 인근의 갈마비행장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의 기지로 이용됐던 곳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의 의도는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방송 주관사인 미국 NBC 방송의 취재팀까지 초청해 마식령스키장 선전전에 나섰다. 핵무기로 전세계를 위협하는 불량국가가 아니라 높은 스포츠·문화 수준을 가진 나라이며, 전방위 제재에도 스키를 즐길 정도로 끄떡없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런 위장 평화쇼에 휘둘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2일 비핵화가 빠진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고, 같은 날 유럽연합(EU)은 불법 무기 거래에 관여한 북한인 17명을 추가 제재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문 정부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 핵무기이며 이를 저지하는 방법은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제재뿐임을 한시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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