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승… 역대 최다승 공동 2위
부모가 모두 스키 선수 출신
주니어 시절부터 ‘승승장구’
마르셀 히르셔(29)가 오스트리아 대표팀 선배이자 우상인 헤르만 마이어(46·은퇴·사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히르셔는 24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슐라트밍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스키 남자 회전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 43초 56으로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월드컵 9승째이자 통산 54승. 이로써 히르셔는 마이어와 함께 월드컵 역대 최다우승 공동 2위가 됐다. 1위는 1973년부터 1989년까지 설원을 주름잡았던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86승)다. 히르셔는 “마이어의 최다우승과 동률이 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나는 그를 마음속 깊이 존경하고 있으며, 그는 지금도 나의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히르셔는 마이어를 동경해왔지만, 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마이어는 이른바 흙수저, 히르셔는 금수저에 비유할 수 있다. 마이어의 부친은 스키 선수 출신으로 고향인 오스트리아 플라하우에서 조그마한 스키 학원을 운영했지만, ‘파리’만 날렸다. 마이어가 스키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자 그의 부친은 슐라트밍의 대형 스키학교에 입학시켰지만 마이어는 곧 짐을 싸 집으로 돌아왔다. 급격한 성장에 비해 뼈 조직이 영글지 못해 무릎 아래가 튀어나오는 병에 걸렸기 때문. 마이어는 여름엔 벽돌공으로, 겨울엔 스키 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마이어는 그러나 대표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잘츠부르크 지역 대회에 출전해 수차례 우승하며 존재감을 알렸고 1996년 기어코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리고 마이어의 무서운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4시즌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선 활강 도중 코스를 이탈, 약 80m나 날아가는 대형사고를 당했지만 대회전과 슈퍼대회전에서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당시 팬들은 ‘터미네이터’처럼 마이어가 살아 돌아왔다는 뜻으로 ‘헤르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그에게 붙여줬다. 2001년 8월엔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잃을 뻔했고 신장도 파열됐다. 수차례의 근육 이식과 뼈 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02년 10월 극적으로 복귀해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슈퍼대회전 은메달, 대회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히르셔는 오스트리아 국적의 아버지와 네덜란드 국적의 어머니 모두 스키 선수 출신. 집안은 부유했으며 어릴 적부터 부모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7년 대회전 금메달, 2008년 회전, 대회전 2관왕에 올랐다. 이중국적이었기에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았으며 2007년부터 오스트리아 대표팀으로 활약했다. 히르셔는 올 시즌 세계랭킹 1위(1154점)를 질주하고 있어 무난히 7시즌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히르셔는 그러나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회전 5위, 대회전 4위에 그쳤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선 회전에서 은메달, 대회전에선 4위에 머물렀다. 히르셔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올림픽에서 부진했기에) 금메달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긴장하기보다 즐기면서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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