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고, 양심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올 때까지 다산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고, 양심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올 때까지 다산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 ‘풀어쓰는 다산이야기’1000회 앞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茶山사상의 핵심은‘공정·청렴’
14년간 네 개의 정권 거치면서
잘못한 일 지적할 수밖에 없어

정약용 스스로 밝혔던 호‘사암’
‘뒷날 기다리며 사는 사람’의미
학문과 소신에 대한 확신 담겨


“올해는 다산(茶山)이 공직자들의 정신 자세를 바꾸고 행정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자는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펴낸 지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다산이 18년의 유배에서 풀려 그리운 가족과 만나 여생 동안 학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다산 부활’의 원년이기도 합니다. 올해를 ‘다산의 해’로 삼아 경세와 목민의 개혁과 혁신의 원년으로 뜻을 기렸으면 합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손꼽히는 연구자인 박석무(76)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2004년 6월 1일 집필을 시작한 칼럼 ‘풀어쓰는 다산이야기’가 다음 달 말이면 연재 1000회를 맞는다. 한 인물을 주제로 한 칼럼이 이렇게 오래 연재된 사례는 없다. 정약용의 삶과 사상을 오늘날에 비추어 교훈을 주는 내용을 담은 이 칼럼은 처음에 박 이사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메일을 통해 전달되다가 지금은 40만 명에 가까운 메일링리스트를 갖게 된 ‘파워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박 이사장은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60대 후반에 칼럼을 시작해 14년째 연재하고 있는 게 신통하기만 하다”며 “칼럼을 퍼 나르거나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이들이 많아 실제 읽는 사람들은 더 많다. 다산이 가진 콘텐츠가 넓고 깊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다산의 사상은 공정과 청렴을 뜻하는 ‘공렴(公廉)’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년이 지나며 나라의 제도는 달라졌지만, ‘율기(律己·자신을 다스림)’ ‘봉공(奉公·나라와 사회를 위해 힘씀)’ ‘애민(愛民·백성을 사랑함)’을 핵심으로 하는 ‘공렴’이란 공직자의 자세가 나라의 기틀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다산의 사상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평생 다산 연구에 빠지게 한 매력에 대해 박 이사장은 “다산은 유배살이를 해야 할 죄를 지은 적이 없지만, 정치적 반대파의 모함과 참소 때문에 참담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학문적으로 승화시켰다”며 “다산은 여러 글에서 ‘희현유로(希賢有路)’라며 ‘성인(聖人)은 못 돼도 현인(賢人)이 되고자 했으나 우하(愚下·보통 사람)에 머물렀다’고 말했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현인’의 반열에 오른 분”이라고 평가했다. 다산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성리학에 거리를 두는 정통 유학자면서도 선승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교유할 만큼 불교에도 조예가 깊었다. 다산은 달관(達觀)의 경지에 이른 매력적인 삶을 살았다고 박 이사장은 말했다.

이미 ‘다산’이 정약용의 호로 자리 잡았지만, 이는 남쪽 지방에 흔하던 차나무가 많은 산(차뫼)을 부르던 이름이다. 박 이사장은 “정약용 자신이 밝힌 호는 ‘뒷날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기다릴 사(俟)’를 넣어 ‘사암(俟菴)’이었다. 이는 100년이나 200년이 지나도 자신의 학문과 소신에 대한 확신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암’을 호로 써야 한다는 분들이 있지만, 이제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게 정착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다산 저서의 번역뿐 아니라 베스트셀러가 됐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등 20여 권의 다산 관련 책을 냈다. 전남 무안이 고향으로 유학자 집안의 학문적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1971년 전남대 대학원에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란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다산과 인연을 맺었다. 전남대 학생운동권 1세대로 네 차례나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다산이 유배지에서 학문에 전념했듯, 나도 갇힌 몸이 되면서 다산을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준 독재정권에 고마울 때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네 개의 정권을 거쳤는데, 호불호를 떠나 어느 정권에서도 잘못을 지적했다.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고, 양심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올 때까지 기력이 허용하는 한 계속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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