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불만 품목에 보복 전망
정부, 폐기돼도 맞대응 의지


미국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취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위해선 국가 간의 협정도 무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분명해진 만큼, 통상당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24일 통상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발령과 함께 “우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한층 더 강도 높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LG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의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이 주장한 것이고, 월풀의 공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지역인 오하이오주에 있다. 러스트벨트 지역인 오하이오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같이 무리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막기 위해 지난주 통상차관보가 미국을 방문해 정부, 의회, 현지 업계 등과 접촉하는 등 통상당국의 노력도 허사였던 셈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도 다수는 보호무역 조치가 많은 문제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있는 지역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이 나라(미국)의 재앙”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강도 높은 보호무역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FTA에 대한 불만을 개별 품목에 대한 보복으로 풀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열릴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도 미국 측의 강한 입장 표명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통상당국은 지금까지 한·미 FTA 개정협상과 개별 품목에 대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구분해서 대응했다. 하지만 미국이 행동에 옮긴 상황에서 우리 역시 수세적 입장에 몰려선 안 된다는 게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생각이다. 한·미 FTA를 폐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밀리지 않겠다는 기본 방침이 정해져 있고, 우리 역시 협상 테이블에선 우리의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세탁기·태양광 제품 이외에 철강·화학·반도체 등 다른 품목들에 대해 미국이 세이프가드와 같은 고관세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의 조치에 준하는 맞대응을 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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