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못틀고 이불로 버텨
노숙인들 일시보호시설 붐벼


“난방비도 없는데 차라리 소주 한 병 먹고 열 내는 게 나아요.”

24일 서울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등 한겨울 강추위가 절정에 이른 가운데,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은 강추위와 고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루 숙박비가 8000원꼴인 서울 종로구 돈의동 일대 쪽방촌은 여느 때보다 더욱 춥게 얼어붙었다.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햇빛마저 들지 않다 보니 방 안에서도 외투를 벗기 어려울 정도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을 다치면서 일을 그만두고 날품팔이로 전락했다”는 이모(48) 씨는 난방비조차 부담된다며 방 안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씨는 “이렇게 추워지면 막일도 안 들어온다”며 “전기장판이라도 켜서 따뜻하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소주로 몸을 데워야 한다”고 허허롭게 웃었다. “술에 의지하다가 소리소문없이 골로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하는 이 씨의 입술은 허옇게 부르튼 채 냉기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추위에 떠는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의 수는 1만7000명이 넘는다. 쪽방촌 주민 상당수가 독거노인이다 보니 보일러도 틀지 못하고 말 그대로 추위와 ‘사투(死鬪)’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추위 때문에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르거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관절 질환이 심해지기도 한다. 냉기 가득한 방 한구석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로 온몸을 두르고 있던 용산구 동자동 주민 A(82) 씨는 “(추위 때문에) 매일 몸을 오그리고 있다 보니 허리와 다리가 잘 안 펴진다”며 알약이 가득한 약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한모(43) 씨는 “보일러가 있는 방과 없는 방은 가격이 다르다”며 “우리 집은 보일러가 없어 전기장판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파를 피해 실내 공간을 찾긴 하지만, 규율에 따라 생활하기를 꺼리는 노숙인들은 주로 일시보호시설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단기간 잠자리와 무료 급식, 취업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방동환 사회복지사는 “평소에는 하루 200∼300명이 찾는데, 날이 추운 겨울철이 되면 매일 20∼30명이 더 시설을 찾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으로 노숙인은 1만1340명, 쪽방 주민은 6192명에 달했다. 취약한 환경에 사는 가구까지 합치면 수는 훨씬 많아진다. 지난해 10월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시원·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집이 아닌 곳’에 사는 가구는 2015년 기준 39만1245가구에 달했다.

조재연·김수민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