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 외국산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16년 만의 세이프가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세계 무역전쟁이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한국산 세탁기는 최대 50% 관세를 물게 된다. 관세가 없던 태양광 패널도 30%까지 붙는다.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의 90% 이상이 한국산이고, 태양광은 말레이시아·중국에 이어 한국이 3위다. 미국이 방아쇠를 당긴 무역전쟁의 주 타깃이 중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가장 큰 날벼락을 맞은 쪽은 한국이다.

세탁기에서 끝날 사안도 아니다. 미 상무부는 철강 수입과 국가 안보를 연계시키는 무역확장법 제232조 관련 보고서를 작성, 관세폭탄을 예고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를 상대로 3건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탁기만 해도 ITC는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어서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어이 집어넣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줄줄이 미국의 제재 사정권에 포획된 형국이다.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 장치로 여겨졌던 FTA가 이런 식으로 무력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해야 할 지경이 됐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소산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국이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은 따져볼 여지가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중국의 15분의 1에 불과하지만, 미 수입액 대비 통상 규제 비율은 12.2%로 중국의 10.9%보다 높다. 대미 흑자가 한국보다 3배 많은 일본에는 눈에 띄는 제재가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으로 날아가 푸짐한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핵 대응과 대미 투자 확대를 지렛대로 경제 제재 강도를 누그러뜨렸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가능한 대응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대북 제재를 둘러싼 한·미 기류 차이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더 큰 틀의 대응 전략도 병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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