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방부가 신년 업무보고에서 향후 5년간 상비병력 13만 명을 감축하고, 육·해·공군 각 18·20·21개월로 ‘병(兵) 복무기간’을 3개월 단축하겠다는 안(案)을 발표한 이후,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 상비병력 감축이 2022년 이후부터 시작되는 청년층 인구 감소에 따라 이뤄지는 피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면, 병 복무기간 단축은 어떤 환경적 요인들의 영향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북 간 첨예한 군사적 대치로 상비병력 감축만 해도 국방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복무기간까지 단축하겠다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복무기간 단축이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라 할지라도, 그것이 얼마나 합리적인 판단 아래 결정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군이 최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병사의 충분한 숙련기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행 21개월(육군 기준) 복무기간도 전문성을 축적하기에 너무 짧은 것이 현실이다. 숙련도가 요구되는 포병·기갑·공병·통신·정비 등의 분야가 특히 그렇다. 18개월로 단축할 경우, 이런 분야에 대한 전문성 축적은 더욱더 어렵게 될 것이다. ‘복무기간 단축은 전투력 손실로 이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을 현실성이 없는 안으로 치부하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복무기간 단축은 숙련된 병력 유지를 어렵게 하고, 이로 인해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있어 취약점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안을 함께 고려해 추진해야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복무기간 단축은 첨단 전력획득과 긴밀히 맞물려서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육군 보병사단의 경우, 제대별 작전책임지역(사단 30×60㎢)에서의 고유 작전임무 및 과업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UAV, 야시장비·조준경, 전장가시화 공중중계체계, 타격수단, 지상 및 공중 운반수단, 방공능력 등)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취약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해야 전투력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해군의 경우, 수년간 수상함과 잠수함 등 함정에서 근무할 병력이 부족한 상태다. 이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않고 복무기간만 단축할 경우 대비태세에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각 군 내에서 숙련도가 요구되는 분야를 식별, 병사가 아닌 부사관으로 충원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인이 원하고 역량을 발휘하는 부사관들은 계속 군에 남아서 승진할 수 있도록 경력 설계(승진 및 장교 기회 제공)를 해주고, 또 이스라엘 군대처럼 충분한 교육훈련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사회에 나가서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면, 모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특히, 여성 부사관 충원에 주목할 경우 우수인력의 확보가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균임금과 여전히 높은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고려할 때 같은 임금 수준으로 더 양질의 여군 충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병 복무기간 단축은 바로 이런 첨단 전력획득 및 부사관 충원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에만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대칭·비대칭적 군사 위협이 상시 존재하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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