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뒤처졌던 中 기업들의 대약진
‘逆 마르코 폴로’현상 현실화
샤오미 기업공개와 상장 추진

중국은 한국 기업 공격적 인수
삼성 네이버 빼면 모두 먹잇감
규제혁신과 지원 절박한 상황


애플이나 삼성전자보다 가성비(價性比)가 우수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얻은 중국 샤오미가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한다. 샤오미는 IPO 규모를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2014년에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상장 사례가 된다.

사실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은,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뜻밖으로 다른 국가의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그 이상의 완성도나 성능을 보이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샤오미의 IPO가 성공한다면 샤오미는 제품의 성공을 넘어 기업 차원의 성공까지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역습(逆襲)’ 내지는 ‘대륙의 진격’으로 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의 ICT 기업들이 대륙의 역습을 시도하는 사례는 샤오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중국의 ICT 기업들은 약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인수·합병(M&A) 대상에서 인수자로 전환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엔터테인먼트·통신 등 ICT 분야의 중국 기업들이 2008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기업들과 시도한 국제적인 M&A 거래를 분석한 결과 총 554건이 파악됐다. 아웃바운드 거래는 253건, 그리고 인바운드 거래는 301건이었다. 물론 아직은 중국의 ICT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투자보다 외국 기업이 중국 ICT 기업을 인수하는 인바운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기업들은 중국시장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 간의 M&A 거래를 보면, 아웃바운드 거래 비율이 인바운드 거래 비율보다 높다. 즉, 중국의 ICT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ICT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텐센트의 경우 우리나라 최대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의 2대 주주이며 주요 게임회사인 넷마블의 3대 주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학자는 중국 기업이 외국의 자원, 기술 및 지식을 찾는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역(逆) 마르코 폴로 효과(Reverse Marco Polo effect)’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 용어는 이탈리아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쓰였지만, 현재는 해외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마치 13세기에 이탈리아 베니스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유라시아를 탐험한 후 중국의 발명품들을 유럽에 전파한 것처럼, 이제는 중국 ICT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해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보유한 현지의 기업들을 적극 M&A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ICT 기업들이 대륙의 역습이나 역 마르코 폴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기술 기반 창업의 활성화이다. 중국 정부는 모바일 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ICT에 기반을 둔 창업을 이른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창업(創業) 천국’으로 불릴 만큼 창업이 활성화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대표적인 ICT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 기업들이 해외에서 IPO에 성공하고 기업 가치를 무기로 공격적인 M&A를 시도하는 머니게임에 나서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해외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 해외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입장으로 변신하게 됐다.

우리나라 ICT 생태계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나 네이버는 대륙의 역습이나 역 마르코 폴로 효과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 위상을 지키면서 M&A에도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IC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와 과중한 규제 부담으로 인해 해외시장으로의 진격은커녕 중국이나 미국의 ICT 기업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중국의 ICT 기업이 두렵다면, 그리고 중국이 부럽다면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중국처럼 규제는 혁신하고 지원은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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