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생활을 한없이 편리하게 해 준 과학기술이 이젠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경쟁자’로 등장했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1층에 있는 무인(無人) 가게 ‘아마존 고(Amazon Go)’는 1년간의 시험운영을 마치고 지난 22일 영업을 시작했다. 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자동 체크인을 한 뒤 진열대에 놓인 물건을 집어 들면 인공지능(AI) 센서가 인식해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의 장바구니 목록에 해당 물건이 담기고 쇼핑을 마치면 자동으로 신용카드를 통해 계산된다. 아마존 고와 같은 가게가 보편화하면 미국에만 약 350만 명에 이르는 계산원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무인 마트 등장은 전 세계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소매 업계의 판도와 전통 시장의 개념을 모두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편의점에 무인 계산 로봇 ‘레지 로보’가 등장했다. 산 물건들을 로봇 위에 올려놓으면 계산과 동시에 비닐봉지에 담겨 나온다. 일본의 5대 편의점 업체는 정부와 함께 2025년까지 전국 5만 개 점포에 무인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중국에서도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 스마트폰용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무인 편의점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생체인식 결제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 편의점 1호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개설했다. 360도 모든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스캐너를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가격이 자동으로 인식된다. 신용카드나 현금도 필요 없다. 정맥인식기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본인 인증과 함께 결제가 완료된다.
‘셀프 계산대’는 이미 각 분야에서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같은 무인 바람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와 맞물려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2020년까지 주요 선진국에서만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27년 인공지능 등 컴퓨터에 의해 대체 가능한 우리의 직업군은 전체 일자리의 52%나 된다. 기계가 노동력을 대신하는 만큼 세상을 더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지혜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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