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성장률 3.1% 달성

3년만에 회복조짐 분명하지만
반도체 경기 꺾이면 수직낙하
저성장 고착화 탈출 평가 일러

‘기저효과’ 탓 4분기 마이너스
과거만큼 성장세 강하지 않아
소득주도성장만으론 힘들 듯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대 성장을 달성했으면서도, 4분기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2%)을 한 것이 불안한 ‘성장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저성장 고착화의 우려를 벗어났다고 보기엔 이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이 반도체 수출이라는 특정 부문을 편식한 결과인 데다, 여전히 성장세가 과거처럼 가파르지 못하고 전 세계 주요국의 회복세와 비교했을 때도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GDP 속보치’를 보면 3년 만에 3%대 회복은 전적으로 연중 내내 계속된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기대 이상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 덕분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3.4%로 실질 GDP 성장률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 성장 구조라면 사이클 흐름을 보이는 반도체 경기가 예상 밖으로 꺾일 경우, 한국 경제는 곧바로 ‘수직 낙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현재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을 제외하면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 조선 등은 매우 부진한 상태다. 지난 4분기 수출은 반도체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등이 줄어들어 5.4% 감소했다. GDP를 경제활동 별로 보더라도 제조업 -2.0%, 건설업 -1.5%, 부동산 및 임대 -0.8%, 문화 및 기타는 -2.2% 등으로 부진한 영역이 곳곳에 남아있다.

한국은행은 이를 ‘기저효과’로 평가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3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4분기가 상대적으로 나쁘게 보이는 ‘기저효과’일 뿐이지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GDP는 2.8%, 하반기 GDP는 3.4%로 회복 추세로 볼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 자체가 성장세가 과거만큼 강하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도 경기가 좋아질 때 분기 성장률이 ‘깜짝’ 성과가 나온 적이 있었지만, 다음 분기에 기저 효과 때문에 곧바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4분기(-0.7%), 2003년 1분기(-0.7%), 2008년 4분기(-3.3%)와 지난해 4분기 등 네 번뿐이다. 하반기 중 추가경정예산이 집중 투입된 것을 봤을 때도 이번 성적표가 기대 이하로 충분히 평가될 만한 대목이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도 3%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낙관적인 세계 경제 전망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글로벌 기관들도 모두 한국 경제가 올해 3.0% 성장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딘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한국은 아직 미약한 회복세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월등히 큰 미국과 독일은 수년 내 최고 수준인 2%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성장 같은 소비 측면의 진작만으로 올해 대외 상황을 타개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연되고 있는 구조조정 및 경제개혁,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루지 않으면 주요국 수준의 회복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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