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제품·신기술 출시 때 선 허용, 후 규제의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도 강조했다. 과연 이번에는 규제개혁에 성공할지 국민은 반신반의 지켜보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무위로 끝났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때 행정 쇄신 차원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규제개혁은 ‘대통령 어젠다’라는 특색을 지닌다. 수도권 그린벨트를 규제개혁해서 연구소나 4차 산업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가, 주택 수급 논리에 따라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가, 공원으로 두어야 하는가…. 나라 전체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대통령의 넓은 안목에서만 이 질문들에 대한 풀이 과정이 있다.
그러면 역대 정부가 추진한 규제개혁들은 왜 실패했는가? 그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진영 논쟁에 몰려 규제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란 세상에 없다. 국가적 판단은 냉정한 공리적 분석 아래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분석을 뒷받침할 자료와 연구가 축적돼 있지 않아 매번 낡은 녹음기에서 나오는 대의명분에 의해 규제개혁이 희생되곤 했다.
둘째, 우리나라의 규제개혁 거버넌스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정도로 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를 우회하거나 회피했다. 그 결과 그나마 권위 있는 정책 집행과 전문성의 경험 축적이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셋째,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에 대한 관료들의 태업(怠業)이다. 기존 규제가 맺어준 부처와 관련 산업들 및 단체들 간의 강고한 이해관계는 이미 관료들의 삶의 기반과 미래가 됐다.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여론, 또 어지간한 상벌로는 파괴하거나 흔들 수 없다. 따라서 기존 이해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여기에다 감사(監査)에 대한 두려움도 관료들의 전향적인 태도를 가로막는다. 민원인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감사의 꼬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구조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넷째, 그동안 몇몇 건의 규제를 완화하긴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당연하다. 규제라는 덫이 사방에 지뢰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누가 10년, 20년 앞을 보고 자기 인생을 바쳐서 투자하고 고용하겠는가? 일이 되는 것이 가능한지를 체크포인트로 패키지 완화나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기임을 인정한다면 대응도 당연히 혁명적이어야 한다. 규제와 관련된 정치와 정책의 수준은 세계 최하위권이며, 2차산업 시대의 유물이다. 이제 국민의 자율과 책임의식을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 청년들의 활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장년들의 겸손한 지혜를 버무릴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 초연결성과 초지능을 장착한 도전적인 새로운 방식의 규제로 어둠침침하고 스산한 진입장벽, 담합, 통제, 재량, 군림, 호통, 협박, 짬짜미의 과거 규제 적폐를 씻어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혁명적인 개혁의 피치 못할 부작용을 조심스럽게 염려하면서 대비책을 짜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찔끔 열어주고 팔짱 끼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잡아들이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기존의 정치와 관료의 타성으로는 혁명적 규제개혁을 이룰 수 없다.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반드시 이룰 것임을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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