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빙속 ‘ㄱ’자 형태 일체형 에어스트라이프 원단 사용 주름 없고 피부에 완전 밀착 쇼트트랙, 일부분 ‘방탄’ 처리
네덜란드 빙속, 맞춤형 제작 원활한 어깨 회전 등 포인트
韓봅슬레이 ‘포웨이 스트레치’ 스타트때 스피드 향상 큰 도움 근육 잡아주는 ‘파워앱’ 부착
스켈레톤, 강한 재질로 몸 보호 미세한 움직임 컨트롤 기능도 윤성빈 ‘머리’ 맞춰 헬멧 제작
유니폼은 과거엔 ‘피아’를 구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유니폼은 패션과 기능성을 겸비한다. 몸매의 개성을 한껏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물론 성적과 직결되는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포츠용품업체들은 치열한 장외경쟁을 펼친다. 동계올림픽에선 컬링, 스노보드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킨슈트(Skin Suit)’를 입는다. 속도 경쟁을 펼치기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또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몸에 딱 들어맞는 경기복은 공기 역학 효율을 높여 공기 저항을 10% 이상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유니폼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등장할 예정이다. 스포츠용품업체에 올림픽 등 빅이벤트는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이상화(스포츠토토)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 2차 시기 합계 76초099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예니 볼프(독일·76초145)와의 차이는 0.046초였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는 불과 0.003초 차이가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을 갈랐다. 물론 기량과 컨디션이 가장 큰 변수가 되겠지만, 경쟁자보다 질이 좋은 경기복을 입게 되면 1000분의 1초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단축할 수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올림픽 등 규모가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유니폼 선택에 심혈을 기울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통산 금메달 21개, 은 12개, 동 9개(총 42개)를 획득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 4개, 은 4개, 동 1개(총 9개)로 10위에 올랐다. 홈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금메달 사냥의 최전선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한국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유니폼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한국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지난해 논란 끝에 기존의 스포트컨펙스 대신 헌터사 유니폼을 착용키로 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만들어졌으며, ‘에어 스트라이프(Air Stripe)’라고 불리는 홈이 있는 원단을 사용한다. 이 원단은 바람의 방향을 조절해 선수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400m 트랙에서 펼쳐지는 스피드스케이팅 유니폼은 직선 주로가 길어 공기 저항 최소화에, 111.12m 트랙을 도는 쇼트트랙은 안전성과 활동성에 포인트를 맞춘다.
쇼트트랙 경기복은 50개 이상의 패턴을 연결해 제작됐기에 공기저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 마찰이 가장 많은 가랑이 부분은 신축성이 강한 마찰 방지 소재를 사용했고, 넘어졌을 때 스케이트 날에 부상당하지 않도록 부분적으로 방탄으로 마감했다.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1500m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최민정(성남시청)은 “기존 유니폼은 전체가 방탄 소재였지만, 새 유니폼은 부분적인 방탄 처리이기에 조금 더 가벼워졌다”고 설명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ㄱ’자 형태의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이 또한 자세를 최대한 낮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함인데, 선수들이 레이스를 마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지퍼를 내리는 것도 유니폼이 ‘ㄱ’자 형태로 설계돼 바로 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니폼에는 전혀 주름이 없고 강하게 피부에 밀착해 근수축 효과를 높인다. 몸에 착용하기 전 유니폼은 한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또 모자 부분은 이마에 딱 붙어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자칫 공기가 들어오면 ‘풍선 효과’로 공기저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은 꽉 조이게 만들어 출발할 때 선수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이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통산 금메달 35개, 은 36개, 동 34개 등 총 105개의 메달을 획득해 전체 1위다. 2위인 미국의 금메달 29개, 은 22개, 동 16개(총 67개)를 압도한다. 네덜란드에서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 겨울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이다. 네덜란드 쇼트트랙도 최근 기량이 상승하고 있다. 비록 올림픽에선 통산 동메달 1개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싱키 크네흐트(29)는 유럽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서 500m, 1000m, 1500m와 5000m 계주에서 4관왕에 올라 평창동계올림픽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스포트컨펙스 제품을 착용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대표팀이 스포트컨펙스에서 헌터로 바꾼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포트컨펙스와 헌터 모두 네덜란드 업체다.
스포트컨펙스는 지구력 회복에 도움을 주고, 개인별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 스포트컨펙스는 또 공급사인 휠라와 함께 윈드 터널 테스트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어깨 회전과 자연스러운 허벅지, 종아리 근육의 수축 및 이완을 유도한다는 건 스포트컨펙스의 자랑거리.
지난해 한국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유니폼 교체와 관련해 법정 소송 등 진통이 따랐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비로소 우열이 가려지게 된다. 한국,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의 성적에 따라 헌터, 스포트컨펙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노리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의 유니폼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아디다스가 제공하는 새 유니폼을 공개했다. 봅슬레이 대표팀 유니폼은 포-웨이 스트레치(four-way stretch) 형태로 디자인됐다. 스타트 지점에서 썰매를 밀 때 유니폼이 탄력적으로 움직여 빠른 스피드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유니폼 안엔 근육을 잡아주는 ‘파워앱’이라는 밴드를 붙여 썰매 안에서 최대한 웅크릴 수 있도록 했다. 아디다스 측은 “부상의 위험을 감소시켜 주는 것은 물론, 근육 수축을 촉진하고 폭발력을 극대화한다”며 “낭비되는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배출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켈레톤 대표팀 유니폼의 경우엔 얼음 조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재질을 사용했다. 봅슬레이는 선수들이 썰매 안에 들어가 있지만, 스켈레톤은 신체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매끈하게 몸에 달라붙는 것은 스피드스케이팅과 비슷하며, 미세한 움직임에도 근육의 떨림을 잡아주는 기능이 포함됐다.
스켈레톤 윤성빈의 헬멧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특수 제작됐다.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내 제조회사 홍진HJC가 윤성빈의 ‘두형’을 정밀하게 측정한 뒤 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머리 모양의 미세한 부분을 그래픽으로 처리, 윤성빈에게 딱 맞는 헬멧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