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남북 스키선수단 공동훈련 시설 점검을 위해 방북한 우리 측 사전점검단이 지난 23일 금강산문화회관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남북 상호주의 훼손 논란
무대장치에 경유까지 北으로 남측 공연단 사실상 원정공연 제재 위반… 한미갈등 가능성
北선 명품 음향기기 설치 요구 우리측 부담 수십억 달할 듯 ‘北 눈치보기 지나쳐’ 비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금강산 지역에서 오는 4일쯤 열릴 예정인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관련, 북한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임에도 남측이 조명과 음향 기기 등 공연과 관련한 실무 준비를 대부분 떠안아 당초 정부가 밝힌 남북의 상호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급박한 공연 일정 때문에 경유를 포함한 각종 물자의 반입과 관련, 미국 등과 충분한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북제재 공조 체제 훼손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민·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소요되는 전력과 무대 장치 등을 대부분 남측이 동원하는 사실상의 ‘원정공연’이 되고 있다. 행사 관계자는 “사전 점검 결과 (공연장이 될) 금강산문화회관의 전기 시설 자체는 양호한 상태이지만, 조명이나 음향을 위한 전력이 부족해 남측에서 발전차를 동원해 행사를 치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현지에서 무대를 다 만든다”며 무대 관련 조명이나 음향 설비 등에 대해 “여기(남측)에서 갖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동문화행사 준비를 위해 남측은 30일 경유 1만ℓ를 북으로 반출할 예정이며, 무대 설비 관계자들도 이르면 오는 2월 1일쯤 방북할 예정이다.
경유 반입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와 관련, 미국 등 관련 국가들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당장 30일 경유 반입을 앞두고도 정부는 아직 미국 등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한·미 간에 협의를 할 거다 정도로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합동문화행사를 위해 이같이 대규모 물자를 남측에서 동원하는 것은 남북 대화의 원칙 중 하나인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북한 예술단의 공연장 점검을 위해 지난 21일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강릉아트센터의 조명·음향기기를 점검한 뒤 이탈리아산 조명 ‘클레이파키’와 미국산 음향기기 ‘메이어사운드’와 콘솔 ‘아비드 디쇼’ 등 업계의 ‘명품 기기’ 설치를 요구했다. 남측 지역에서의 공연이니 이 시설을 설치한다면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북측 공연장과 관련해 필요 사항이 있을 경우 북한 측이 부담해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금강산 공연 비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십억 원’을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추산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문화회관은 법적으로는 우리 측 자산”이라며 “또 상호주의는 ‘서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설치 등 공연 준비 실무도 졸속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 민간 관계자는 무대 설치, 공연 준비와 관련, “아직 전달받은 게 없다”며 “준비 작업 착수 여부도 답하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