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유가족 30여명도 찾아와
政爭대상 움직임에‘자중’촉구


“아이고 형님, 퇴원하신다더니 왜 여기 이러고 계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발생 나흘째인 29일 오전.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이날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한파 속에서도 시민들은 부디 더 이상의 비극이 없기를 바라며 검은색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단 채 슬픔을 나눴다. 특히 밤사이 입원 치료를 받던 김복연(86) 할머니가 숨지며 화재 희생자가 총 39명으로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합동분향소에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은 신한용(74) 씨는 “희생자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노인들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몸이 불편하지만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허무하게 가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밀양시는 분향소가 정식으로 개소한 27일 오전 9시부터 이틀 동안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당분간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하며 유가족과 조문객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 150여 명도 밥차 등을 운영하며 힘을 보탰다. 시외버스 운전자로 일하고 있는 장수진(53) 씨는 “비번인 날이지만 도저히 집에서 쉬고 있을 수가 없어 주차 관리 봉사라도 거들기 위해 나왔다”며 “지역 주민으로서 큰일이 날 때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밀양 지역 버스·택시 모범운전자 40여 명은 생업을 제쳐 두고 분향소 주차 관리 봉사활동 등에 나섰다.

앞서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가운데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유가족 30여 명도 28일 분향소와 사고 현장을 찾은 바 있다. 제천 참사 유가족 대표 류건덕(60) 씨는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번 다시 이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한 달 만에 더 큰 참사가 났다”며 “먼저 아픔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대책위 구성과 변호사 선임 절차 등 유족들의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모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SNS 등 온라인에서는 유족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거듭된 화재 참사를 정쟁 대상으로 삼으려는 글이 잇따라 게시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말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과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하라는 청원이 동시에 수십 건씩 올라오는 등 상식 이하의 논쟁이 이어지자, 다른 네티즌들이 자중을 촉구하기도 했다.

밀양=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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