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오른쪽부터) 통일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국무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조명균(오른쪽부터) 통일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국무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北, 현송월 이어 또 ‘뒤통수’
南은 전날밤까지 공연 준비

열병식 등에 비판여론 커지자
향후 대화 주도권 위한 ‘강수’

정부 ‘판 흔들릴까’ 소극 대응
다른 행사 등도 불확실성 커져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대화·교류 합의 사안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은 앞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사전점검단의 일정을 설명 없이 중지했다 재개했었다. 북한의 일방적·돌발적 행보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향후 남은 남북 공동행사도 정상적인 진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취소 통보 전까지 금강산합동문화행사를 위한 실무점검단이 방북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공연을 위한 경유·무대 시설 대북 반출 등 민감한 사안을 감안해 준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었지만, 29일 밤 북한이 일방적 행사 취소를 통보한 후에야 남측은 정상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실제 29일 오후까지만 해도 이번 공연에 참가할 남측 공연팀 구성, 경유 등 공연 관련 기자재 반출 준비 등이 정부 안팎에서 속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10시를 넘어 북한의 공연 취소 통보가 나왔고, 경유 반출을 준비하던 현대아산 측도 오후 11시 30분쯤 준비 중단 연락을 받았다.


북한은 금강산합동문화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유로 남북 합의 사안에 대한 남측의 비판 여론, 오는 2월 8일 평양에서 열릴 건군절 열병식에 대한 경계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북 대화에 따른 북한의 대가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비롯해 향후 일정 진행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고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급속한 남북 대화 및 대북 저자세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을 강행하려는 남측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라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남북 공동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일방적 취소나 중지 선언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북한이 전날 통지문을 보내면서 31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 스키 공동훈련을 취소하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 사업 중 하나인 마식령스키장에서 이뤄지는 행사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북측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직결된 스키훈련 등 선수단·응원단 관련 합의 내용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남북 간 정치적 함의가 담길 수 있는 합동문화행사나 북한 예술단 및 고위급 대표단 파견 같은 사안은 남측의 반응에 따라 취소나 중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남측을 ‘길들이기’ 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이처럼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 합의 사안을 뒤흔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남북 대화의 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 논의할 예정”이라며 북한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대해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희·김영주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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