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의… 러 “국제법 지켜”

러시아 전투기가 29일 흑해 상공에서 미국 해군 정찰기의 1.5m 거리까지 접근하며 근접 비행을 했다고 미 해군이 밝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흑해에서는 러시아와 미국 등의 기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 CNN에 따르면 러시아의 수호이(Su)-27 전투기는 이날 흑해 상공 국제공역에서 미 해군 EP-3 정찰기의 5피트(약 1.5m) 거리까지 접근하고 미 해군 정찰기의 비행경로를 가로질러 비행했다. 주유럽 미 해군 대변인인 패멀라 쿤스 대령은 “매우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고 EP-3의 비행경로를 직접적으로 가로질러 위험한 상황이었다”면서 “이는 약 2시간 40분 동안 계속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위험한 행동은 공중 충돌 위험을 높인다”면서 “미 해군 정찰기는 국제법에 따라 운항했으며 러시아 측을 도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국제법을 확실히 준수했다”는 입장을 냈다. 러시아는 “이날 낮 12시쯤 러시아 영공으로 접근하는 미확인 항공 표적을 감지했고 안전한 거리에서 항공기에 접근해 미 해군 정찰기임을 확인했다”면서 “모든 안전 조치를 준수했고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유럽 남동부와 아시아 사이에 있는 흑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으로 일대에서 러시아와 미국,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서로 근접한 거리에서 각각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지중해 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흑해 주둔 병력을 꾸준히 늘렸다. 이에 미 해군도 최근 몇 년간 이 지역에서 병력을 강화하면서 미·러 간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미군 초계기를 상대로 위험한 요격 비행을 한 바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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