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일 뒷바라지 이희정씨
교통사고 입원했다 火魔에


엄마는 그토록 바라던 장애인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끝내 가지 못하게 됐다. 거동이 불편한 13세 아들은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없었다.

29일 오후 3시 30분 경남 밀양시 공설화장장.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고 이희정(35) 씨의 장례가 엄수됐다. 아내의 관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편 문모(47) 씨는 화장이 시작되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 씨는 이번 화재 참사로 숨진 39명 중 가장 젊은 희생자다. 뇌병변 장애를 앓는 13세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 씨의 아들은 다음 달 부산에 있는 장애인 특수시설의 초등학교 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 씨의 지인은 이 씨에 대해 “10년 넘게 식당일을 하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않고 지금까지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인은 “2년 전부터는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해 주려고 아들을 특수시설에 보내고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았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초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친 이 씨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말쯤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세종병원으로 옮겼다가 참변을 당했다.

남편 문 씨는 “첫날에는 엄마가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도 이제는 엄마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 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 절차 첫날에만 참석한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다. 밀양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도, 이 씨의 아들이 머물고 있는 시설이 부산에 있어 한계가 있다”며 “아들이 당장 시설에서 나와 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보호자 없이 시설에서 계속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애가 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화물차 운전을 하는 문 씨는 직업 특성상 집에서 아들을 돌볼 형편이 되지 않는다. 밀양시는 이 씨의 가족을 도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밀양 =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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