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히어로’
한물간 왕년의 서부극 스타
가족 찾아가며 삶 돌아봐
-‘비밥바룰라’
평생지기 넷 한집에 모여살며
삶·죽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
-‘커뮤터’
‘가족 지키기’대명사 니슨
고뇌하는 중년 家長 그려
‘…가장 좋은 것은 사라진다/…무덤의 어둠 속으로, 더 깊은 곳으로/…나도 알지만 인정할 수 없다/난 체념하지 않는다.’
한물간 왕년의 서부극 스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 히어로’(감독 브렛 헤일리·2월 1일 개봉)의 후반부에 주인공의 새 애인이 들려주는 ‘음악이 없는 장송곡’이라는 제목의 시 내용이다. 전성기에 단 한 편의 대표작을 남기고 70대에 접어든 리 헤이든(샘 엘리엇)은 치킨 광고 목소리 연기를 하며 출연할 작품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서부극보존협회라는 곳에서 평생 공로상을 주겠다는 연락을 해오고, 그는 우연히 알게 된 젊은 여성 코미디언 샬럿(로라 프레폰)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해 멋진 수상 연설을 한다. “여러분이 없었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고 말하며 객석에 있던 한 여성 팬을 무대로 불러내 그에게 상을 주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러면서 새 영화 출연 제의가 오자, 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사를 외우며 오디션을 준비한다.
하지만 영화는 리의 ‘인생 2막’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암 선고를 받은 그가 이혼한 아내와 딸을 만나며 삶을 되짚는 과정에 집중한다. “성공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 빙산을 구성하는 건 아래에 있는 많은 경험이고, 그걸 아는 건 자신뿐이다”라는 대사를 통해 인생은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이 엮여서 흘러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나이에도 경험은 찬란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로 데뷔해 ‘툼스톤’ ‘하이 로 컨츄리’ 등에 출연하며 서부극 전성기를 이끈 배우 샘 엘리엇이 자전적 이야기를 깊은 연기로 펼쳐내며 잔잔한 울림을 안겨준다.
이 영화 외에도 극장가에 중·노년 주인공을 내세운 이른바 ‘시니어 무비’가 여러 편 걸려 있다.
리엄 니슨이 자신의 주특기인 ‘가족 지키기’에 나선 액션스릴러 ‘커뮤터’(감독 자움 콜렛 세라)는 누구나 공감할 중년의 아픔을 보여준다. 주인공 마이클(리엄 니슨)이 테러범으로부터 가족을 구하기 위해 통근열차 안에서 누군가를 찾아 죽여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그린 이 영화는 초반부에 마이클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다. 전직 경찰인 마이클은 보험회사에 입사해 성실하게 일해왔지만 정리해고를 당한 후 만기가 된 대출금과 대학에 들어간 아들 등록금 때문에 고민한다. 리엄 니슨의 힘 있는 액션 연기가 쾌감을 전하며 고뇌하는 중년 가장의 애절한 모습에서는 연민이 느껴진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등 연기경력 합이 207년에 달하는 노장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는 평균 나이 77세인 4명의 평생지기가 한집에 모여 살며 서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을 실행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엮은 코미디다. 결말에서는 먹먹한 감동을 안겨주지만 4명의 노인이 여전히 청춘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큰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 시절 첫사랑을 찾기 위해 3대3 미팅을 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의 기억을 되살려주려 교복을 입고 나서는 등 가벼운 분위기로 관객을 이끌다가 후반부로 가며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투박한 애니메이션이 정감을 주는 ‘반도에 살어리랏다’(감독 이용선)는 연기자를 꿈꾸는 40대 대학 시간강사가 정교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바둥대다가 끝내 모든 것을 놓치게 되는 서글픈 이야기를 담았다. 자식은 속을 썩이고, 아내는 남편의 사정도 모르고 덜컥 학군 좋은 지역에 집을 사는 등 이래저래 가장의 어깨에 주저앉을 만큼 버거운 돌덩이가 얹혀지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일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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