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AR·VR) 등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이용한 유통 서비스로 발전하면서 과거 상품 중개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옴니채널, O2O 서비스, 유통물류 통합 등이 가속화하고 있고, AI, 사물인터넷(IoT), AR·VR 등이 유통업에 접목되면서 무노력 쇼핑, 사물(Thing) 채널, VR 스토어 등 신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업의 밸류 체인 및 판매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유통 채널 간 그리고 유통과 제조 및 물류 간 융합으로 유통업은 이제 이른바 ‘유통 4.0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국가 간 거래가 늘면서 글로벌화가 가속화하고, 주요 상품 카테고리별로 온라인 침투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주요국의 온라인 시장 독점이 심해지면서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은 온라인의 독점적 사업자를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4차산업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쇼핑을 구현함으로써 유통시장 혁신의 리더 자리에 올랐다. 최근에는 아마존이 축적한 모든 혁신 기술을 총집약해 ‘아마존고’라는 무인점포를 정식 오픈했다.
이처럼 글로벌 유통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산업의 현실은 답답하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 성과가 신통찮은 가운데, 온라인·모바일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의 급성장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유통업 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도 선진국 대비 한참 뒤떨어진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국내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국회 산업위원회에 대규모 점포의 영업 및 진입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현재 30건 가까이 발의돼 있다. 그에 더해 최근에는 기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국한돼 있던 월 2회 의무휴업을 대기업 계열의 대형·복합 쇼핑몰로 확대하는 법안까지 제출됐다. 실마리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결국,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국경 파괴 시대에 유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음 과제들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융합과 혁신이 상시화하는 미래 유통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유통 플랫폼 사업(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첨단기술과 다양한 이업종 간 융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유통 플랫폼이 많이 나와야 한다.
둘째, 4차산업 관련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도 이에 발맞춰 업종 특성에 맞는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유통업의 R&D 투자 실적은 현재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정보력 및 인력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정보가 유통사업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유통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무기이다.
넷째, 유통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유도할 적절한 지원과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통산업은 대형 유통, 중소 유통, 납품·제조 업체, 그리고 소비자 등이 함께 가치 사슬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거대한 유통생태계(distribution ecosystem)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유통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가 상호 협력과 경쟁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과 효과 있는 규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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