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조율 막판까지 진통
‘사전논의 없었다’ 불편 심기


미국이 우리 스키선수단 등 방북단의 양양공항 이륙을 불과 1시간 30분 앞둔 시점에서야 제재 위반 예외를 인정해주면서 남북 대화 국면에 한·미 공조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막판까지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등을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가 북측에 먼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등을 제안한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방북단이 전세기를 이용해 북한으로 가는 일정 발표가 늦어진 이유와 관련, “오늘 아침에 제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미 간) 조율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제재 문제 조율이 끝나지 않으면서 전세기 이용 여부가 이륙 직전에야 결정됐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13810)에서 북한을 경유한 모든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정부는 당초 미국행 항공편이 없는 모 항공사의 중소형 항공기인 B737 기종을 전세기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이 B737이 미 보잉사 기종이란 점을 들어 불편한 내색을 비치면서 이 계획은 어그러졌다. 이에 정부는 같은 규모의 프랑스 에어버스사 여객기인 아시아나의 A321 기종을 전세기로 최종 낙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북 비행기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 여부를 놓고 미국과 갈등이 빚어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 업무시간 종료가 가까운 시간까지 답변이 오지 않자 버스를 대절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기 문제는 미국의 막판 제재 예외 인정으로 해결이 됐지만 향후 남북 교류에서 미국과의 엇박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전세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정부가 제재 위반 가능성을 미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마식령스키장 훈련에 합의하면서 한·미 간 갈등이 표출된 상태다.

특히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파견하는 고위급 대표단에 국제 사회 제재 대상 인물이 포함될 경우 한·미 간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인사가 방남을 요청하고 우리 정부가 허가할 경우 미국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위반 논란과 한·미 갈등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 과정에서 북한과의 협의 이전에 미국과 논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유진·김영주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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