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오른쪽)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 앞서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준(오른쪽)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 앞서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국세청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정치적 세무조사’ 시비 차단
정기조사 부서로 인력 재배치
비정기조사 비중 40%로 축소

대기업탈세 등 지능범죄에는
엄격한 기준 적용해 대처키로


국세청이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면서 비정기 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해온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을 축소하고 비정기조사 비중도 줄인다.

담당 지역 지방국세청과 해당 기업의 유착을 우려해 다른 지역 지방청이 조사를 벌이는 교차조사도 ‘정치사찰’ 논란에 휘말림에 따라 실시할 경우 사유, 절차, 사후관리 등을 훈령에 명확히 담기로 했다.

대신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활용해 탈세하거나 조세회피처에 세운 기지회사(base company), 해외 자회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편법 증여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31일 세종청사에서 한승희 청장주재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올해 국세행정 운영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기조사를 주로 맡는 서울청 조사4국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심욱기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현재 200여 명 안팎을 두고 있으나 상반기 중 조직·인사 담당 부서의 협의를 통해 정기조사 쪽으로 인력을 전환, 재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4국 인력 축소는 이번이 처음으로,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시비 차단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세무조사(지난해 기준 1만7000여건 미만) 중 42%인 비정기조사 비중도 올해는 40% 수준으로 줄이는 등 단계적으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준대로 라면 올해는 약 340건가량이 줄게 된다. 위법, 부당한 세무조사는 납세자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지할 수 있게 하고 외국 사례를 참고해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 외압을 행사할 수 없고 어기면 제재하는 방안도 신설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대기업 탈세와 역외탈세 등 지능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사주일가의 차명재산 운영, 기업자금 유출, 해외 현지법인과의 이전가격 조작, 공익법인 탈세 등 변칙적인 탈루행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대재산가의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자금 출처도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다. 예컨대 부담부증여 등 채무를 이용한 편법 증여, 자녀에 대한 고액 전세자금 지원 등이 해당된다. 조세회피처를 거친 우회 투자와 기지회사를 이용한 소득은닉과 세금회피 등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기준 마련과 함께 거래내역 수집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가족기업의 편법행위도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김명준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권력적 수단과 일방 권위에 의존하던 세정에서 벗어나 세무조사 등 사후적 검증수단은 최소한으로 운영키로 했다”며 “세무조사는 고위험 탈루분야에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등 고질적, 지능적 탈세 차단에 조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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