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이 지난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을 통해 일의 보람을 찾으면서 형식주의·권위주의를 타파하는 직무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지난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을 통해 일의 보람을 찾으면서 형식주의·권위주의를 타파하는 직무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취임 6개월 맞는 ‘검사 출신’ 김영문 관세청장

“실적에만 급급 CPM 폐지
규제 통한 ‘억지 단속’ 안해
세관 등 현장중심 행정으로

국부유출·비자금 조성 엄단
해외 면세시장 진출은 지원

AI·IoT·블록체인 등 활용
ICT인력 300명 양성할 것”


“일선 세관의 자율성을 확대해 관세행정을 혁신하고, 외환거래범죄와 마약거래를 차단하는 데 올해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31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영문 관세청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관세행정의 틀과 상식을 깨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법 집행 업무를 했던 검사(檢事) 출신으로서의 관록, 경험을 살려 관세행정을 바닥에서부터 뒤집어 접근해 실질적인 효율화를 이뤄내려는 시도로 이해됐다. 예컨대 ‘관세청 하면 떠오르면 신속통관조치가 왜 관세청의 존재 목적이냐. 국민안전이 우선 아니겠냐’ ‘형식적으로 일하지 말라. 성과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세수 확보보다 국내 산업 보호가 목표다’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공공, 기업 부문에 실적 지상주의가 만연된 시점에 기존 관행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파격으로 비칠 수도 있을 터이다.

김 청장은 행정운영철학을 관세청에 뿌리내리게 하려고 전국 세관을 돌며 직원들을 만난다고 했다. “‘전도사’로 뛰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함에 따라 통관현장인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찾아 현장을 점검한 김 청장을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서울본부세관에서 만났다. 최근 업무 보폭(步幅)이 컸던지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 성과관리 체계(CPM)를 폐지한다고 들었다.

“관세행정 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려 한다. 실적 중심의 획일화된 CPM을 없애고 세관의 자율성을 넓혀 소통과 참여에 토대를 둔 아래로부터의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역 여건에 적합한 혁신과제를 발굴해 관세행정의 ‘실질화’를 뿌리내리자는 것이다. 이젠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 중앙 하달, 집중이 아닌, 분권(分權)인가.

“일을 합리적,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찾는 게 혁신이라고 본다. 검사 시절 때도 느꼈지만, 단속을 안 했으면 하는 것까지 단속하는 게 많다. 심지어 유도했다고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계도해서 잘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관세청의 CPM을 보니 모든 것을 수치화해 그 결과를 승진, 성과급에 반영했다. 정작 국민을 돕는다기보다 실적 위주로 흘렀고, 가장 찾기 쉬운 규제를 통해 실적을 올렸다. 세금 추징, 조사 처벌 실적 면에서 국민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중앙에서 성과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성과 수치는 열심히 일한 결과치를 취합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

중앙이 주도하는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개선사항, 문제점을 자발적으로 찾아 바꾸고 중앙은 이를 지원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관세행정을 전환하겠다는 의미였다. 적발과 처벌, 예방과 사기진작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고, 직원의 적극적인 행정은 정책감사를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 국민 관점에서 체감하는 관세행정 중 하나가 휴대품 통관이다.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휴대품 신고서 여권 번호 무(無)기재도 그 일환이다. 주소는 검역상 필요하지만 여권 번호까지 필요할까. 여행자 불편이 따르는데 바꾸겠다. 스마트폰으로도 작성해 낼 수 있도록 ‘모바일 휴대품 신고제’도 도입할 것이다.”

― 면세산업이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 지난해 14조 원대의 성장을 거뒀다. 면세점 제도 개선 절차는 어떻게 되나.

“오는 7월까지 최종 개선안이 나올 텐데 관세청은 아무 입장이 없이 모든 것을 열어둔 상태다. 특허제도 유지, 등록제, 경매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 중 결정되는 논의 결과를 수용할 것이다. 어떤 의견도 개진하지 않을 생각이다. 면세산업은 앞으로 특정 의존도를 탈피하는 등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수익이 대부분 중국인 중개업자에게 가고 우리 상품제조업자는 별 이익이 없는 게 문제다. 업계가 해외 면세시장 진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관세행정에서 지원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그는 신규 면세점들의 공약은 연도별 세부 이행계획서를 받아 점검하겠다고 했다.

― 무역거래를 이용한 국부(國富)유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행위 대응은.

“관세청 자체적으로 불법 물품 차단을 위한 수출입 통관관리 강화, 무역금융범죄 단속, 관세탈루 고위험업체·품목 및 농·축·수산물 저가신고관리 강화 등 3대 반(反)부패 중장기 대책을 추진 중이다. 약자, 억울한 이는 포용하겠지만, 나쁜 이들에게는 추상(秋霜)같이 접근하겠다는 게 소신이다. 무역거래를 이용한 해외비자금 조성, 국외 자금 이동·은닉 행위 등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단속 수위도 높일 것이다.”

―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지원은.

“관세행정 신속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지원 대상만 해도 선수단 5만 명, 외국인 관람객 15만 명, 화물은 4만3000여t에 달한다. 8개 주요 공항·항만 세관에 통관지원팀을 꾸려 집중 지원에 들어갔다. 도라산과 인천공항에는 현장 통관지원단을 설치했다. 또 50개국 관세청장에게 올림픽 안전 개최에 협조해 줄 것을 바라는 서신을 보냈다. 특히 자국의 출국 단계부터 안전 검색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테러 물품 반입은 철저히 차단할 계획인데 모든 여행자 휴대품을 전량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협조와 이해를 부탁드린다.”

―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관세행정에도 변화가 있나.

“업무량은 폭증하는데 인력은 한계가 있다. 미래 신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관세행정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은 위험관리와 기업지원,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은 물류·통관, 드론과 지능형 CCTV는 감시와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범사업 추진과 함께 중장기 정보화 전략도 수립했다. 지난해 이미 미래인재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20여 명을 교육했는데, 앞으로 5년간 300명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도 양성할 계획이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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