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겐 큰 자긍심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로 물꼬를 튼 남북 접촉 과정에서 북한의 ‘고압적 태도’와 우리 정부의 ‘굴욕적 저자세’ 때문에 국민의 자긍심은커녕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강력한 대북 제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일거일동이 북한의 대외 폭력성을 제거하기 위한 제재의 구조적 허점(structural hole)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치밀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 공조보다 민족 공조를 우선하는 듯하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표절한 남북 고위급회담의 공동보도문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균형추를 바꾼 문건이었다. 또한,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이라는 유령 단체의 실체를 인정해 주는 순간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신호로 작동했다. 그 신호에 로동신문(1. 21)은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올림픽을 우리(북한)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며 강박했다.
우리가 대화에 안달하는 듯하자 북한은 2차례의 남북 합의를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삼지연예술단장이 방한(訪韓)했을 때 과잉경호, 과잉대우도 모자라 ‘심기경호’까지 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자긍심은 휴지 조각이 됐다. 이런 북한의 고압적 태도에 대해 정부는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올림픽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가 주축이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의 북한 대표단 구성은 주객전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표단의 주축이어야 할 선수단은 46명(선수 22명, 코치 및 임원 24명)에 불과하고, 예술단·응원단 등 각종 명목으로 700여 명이 참여한다. 게다가 조총련 응원단도 170여 명이나 초청했다. 이런 전도 현상이 빚어낼 정체성 혼란도 걱정스럽다. 특히, 북한 예술단이 체제선전과 핵·미사일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반미자주의 선전선동 공간으로 평창올림픽을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더욱 염려된다.
유엔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으로 전략물자(원유 등)와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 북한 참가단의 체류비는 북한이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에서 부담하겠다는 것은 간접적 외화 지불로, 대북 제재의 위배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 2월 4일로 예정된 금강산 합동공연이 취소됐지만, 우리 측이 가져가려던 경유 반출은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이다. 특히, 경유의 경우 미국의 통합제재법을 명백히 위배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정부는 우회로가 있다고 강변하지만 조급함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었다.
정부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명절인 건군절을 4월 25일에서 갑자기 2월 8일로 옮겨 5만 명 규모의 열병식에 각종 미사일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는 올림픽 무대를 통해 신년사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과시하려는 북한의 치밀한 기획물이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자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행위인데도 우리 통일부 장관은 ‘올림픽과 무관한 우연’으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북한의 잘못에 대해 눈을 감는 저자세가 아니라 당당한 모습이다. 그래야만 대화(對話)가 대화(大禍)를 초래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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