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경직된 노동, 주입식 교육을 넘어서 - ① 경쟁력 발목잡는 낮은 노동효율성

韓 노사관계·임금유연성 등
전세계서 최하위권 머물러

4차혁명위 일자리 청사진도
구조개혁 없인 장밋빛 환상

獨 ‘인더스트리 4.0’ 내걸고
근로시간 유연화 체질 개선

AI 등에 전통적 일자리 급감
고용정책 ‘개혁적 전환’ 시급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전략에서 부닥친 최대 난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다. 인공지능(AI)의 기술적 충격이 향후 전통적인 일자리의 소멸을 예고하는 가운데 현 노동시장의 경직된 구조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은 과거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업무 장소와 시간, 고용 형태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렇게 질적으로 달라질 ‘미래 노동’에 걸맞은 하부토대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과 유연성은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재의 부정적 요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가 제시한 목표치도 그저 ‘장밋빛 환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 때문에 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출범 직후 밝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효율성 제고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위권에 갇혀있는 노동시장 지표=4차산업혁명위는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의 발표를 인용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면 총 경제효과가 2022년 128조 원, 2030년 460조 원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SW)엔지니어, 데이터과학자 등 ICT 분야에 약 80만 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내다봤다. 아직은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효율성은 조사 대상 137개국 중 73위, 노사 간 협력은 130위, 임금 결정 유연성은 62위, 해고 및 고용 관행은 88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근로유인에 대한 과세 효과는 60위, 인재를 유치하는 국가능력은 42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보호법제지수는 2.37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치인 2.04보다 0.3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고용보호법제지수는 값이 높을수록 해고 등이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미국(0.26), 캐나다(0.92), 영국(1.10), 일본(1.37)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독일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는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약 464조7000억 원의 기업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WEF는 “한국은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의 발목을 잡는 만성적 요인”이라며 “경쟁국에 비해 혁신역량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유연성 확보로 체질 개선한 독일 =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독일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다. 독일은 지난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을 기치로 과감한 경제 체질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의 전통적인 강점인 제조업 기반 위에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의 완전자동화를 꾀했다. 이에 앞서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독일은 채용이 쉽도록 파견근로·계약직·해고 등의 규제를 줄이는 한편, 경기침체 때 근로시간을 줄여 해고를 최소화한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또 독일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32개월에서 12∼13개월로 축소하고, 다른 복지급여와 중복해서 받지 못하게 만들어 근로자 스스로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키우도록 유도했다.

게르하르트 보슈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일숙련직업훈련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에 기고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노동 4.0에 관한 논의’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로 △근로시간 유연화 △위계구조 간소화를 통한 분권화된 조직을 꼽았다. 보슈 연구위원은 “기술 혁신 못지않게 전문인력의 높은 전문성과 유연성이 독일의 경제적 성공에 기여했다”며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지속적인 직업상의 현대화는 경제의 디지털화를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시급한 노동개혁 = WEF는 2016년 AI 기술의 발달로 오는 2020년까지 주요 선진국에서 710만 개 일자리가 없어지고 200만 개 일자리가 창출돼 총 51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근로자를 위한 고용 안정성 보호도 과거의 제조업에서 이뤄지던 보호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사정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노동유연성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접근 방식이 좀 다르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의 노동유연성이 높은 이유는 일자리를 잃어도 쉽게 재취업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노동유연성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근로자들에게 과거보다 폭넓은 전직훈련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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