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랩 Pick’ 금주의 커플 & 스토리>다니던 대기업 관두고 둘이 세계여행… 나무 서프보드 직업 찾고 결혼까지
문화일보
입력 2018-02-02 10:56
수정 2018-02-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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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훈·윤하진 부부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을 운영하는 썸랩입니다. 네이버 연애·결혼판에는 대기업에서 나와 수제 목재 서프보드 제작자로 일하는 심재훈(37)-윤하진(30)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부부는 해변이 아닌, 산속에서 보드를 만들고 있는데요. 국내 유일 서프보드 핸드메이드 기술자 심 씨 부부의 풀 러브스토리를 공개합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 북한산 둘레길. 나지막한 언덕 위에 서프보드로 장식된 집이 있다. 서핑숍이 있기엔 너무 산이다. 오가는 사람은 대부분 등산객. 차라리 등산화나 모자가 진열돼 있어야 어울릴 것 같다. 알록달록 남국의 정취를 풍기는 이곳은 심재훈-윤하진 부부의 작업실 겸 생활 공간. 부부는 얼마 전까지 대기업 사원이었다. 퇴사 후 스쿠터를 타고 동남아를 유랑했고,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린 후 최근 가평과 서울 정릉에서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서프보드를 만든다. 두 손으로. 나무로. 국내에서 나무 서프보드 핸드메이드 기술자는 심재훈 씨가 유일하다. “인생은 파도와 같아요”라고 말하며, 삶의 파도를 신나게 ‘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바다가 아닌 산에서 서프보드를 만들고 계세요. 또, 가평과 서울을 오가는 두 집 살림도 독특합니다.
심 : ‘서핑 장비라고 해서 반드시 바닷가 근처에서 살거나,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여기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놀랄 만큼 조용해요. 새 소리도 들리고, 가을에 벌레 우는 소리도 들리고. 우리끼리 도시 속 시골, ‘도시골’이라 부르죠.
―나무 서프보드 제작 기술자가 국내에 몇 안 되는 걸로 알아요.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심 : 먹고살려고, 하하. 둘 다 회사를 나오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하며 동남아, 호주로 1년 정도 스쿠터 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다 나무 서프보드를 보게 됐고, ‘이거다!’ 싶어서 발리에 가서 기술을 배웠죠. 나무 보드는 제작하는 데 오래 걸리지만 친환경적이죠. 버려져도 자연을 해치지 않고, 남는 목재로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도 있고.
―가평 집은 어떤 용도인가요, 서울 집과 목적이 다른가요?
윤 : 평일엔 정릉, 주말엔 가평에 주로 있어요. 가평에 가면 속도가 좀 더 느려져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아, 텃밭도 가꾸고요.
―대기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택하셨어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가끔 힘들 때는 없는지, 솔직한 마음을 묻고 싶어요.
윤 : 회사를 나오고, 결혼한 후 지금의 삶이 이전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있거든요. 또, 옆에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남편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이유예요. 단순히 ‘남편이랑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볼 수 있어서 좋아’와는 차원이 달라요.
―일과 일상의 경계가 거의 없는 편인데,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이 가장 충만해지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아, 결혼하길 참 잘했구나’ 싶은 순간.
윤 : 정릉 집 유리 천장 위로 비가 올 때, 커피를 마시려고 나와서 하늘을 보며 둘이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좋아요.
심 : 저는 아내랑 같이 빨래를 하고, 널고 있을 때 굉장히 평온해요. 빨래처럼 귀찮은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100% 이 사람이다’라는 건 없죠. 서로 믿고 맞춰 나가는 게 결혼이죠.
―욜로(You only live once)가 시대의 키워드가 됐어요. 후회 없이 살자는 건데요, 두 분이 생각하는 욜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심 : 우리도 욜로족 맞아요.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전제가 있어요.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사람답게 살자는 거예요. 사람이니까,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하고 이 세상을 떠나야 떳떳할 것 같아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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