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자유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대신 쓴 부모의 자서전이다. 1924년생 아버지는 한국전쟁 이후 파주에 주둔한 미군을 상대로 ‘레인보우 클럽’을 운영했었고, 1936년생 어머니는 그 옆에 미장원을 열어 양공주들의 머리를 말았다. 그들의 삶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겪은 세대가 공유한 사회적 운명이 새겨져 있다. 저자는 스스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부모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1920∼1970년대 한국 대중영화를 소재로 삼았다. 대중영화에는 특정 시대의 소망이 담겨 있으며, 부모가 공유했던 ‘심층 소망’을 찾으려는 아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통로이다. 아버지가 태어났던 일제강점기의 농촌 마을을 상상하기 위해 그 무렵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를 본다든지, ‘오발탄’이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전후 여성을 묘사하는 두 가지 방식에서 어머니의 삶을 재현해 보는 식이다. 세상을 떠난 부모의 삶을 기록하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하려는 아들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부모와 동시대를 살았던 모든 이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학적 탐구의 여정이 된다. 440쪽, 1만78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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