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아리엘 키루 지음, 권오룡 옮김 / 문학과지성사

세계 금융 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10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청문회에 섰다. 그 자리에서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오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으며, 그건 모든 것이 자동화된 기계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프랑스 기술철학자인 저자는 이 순간, 그린스펀 의장이 스스로 모든 ‘경제적 앎’을 잃어버렸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수백만 달러의 봉급을 받았지만 자본주의 관료제의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았고, ‘앎’을 놓치면서 일도 잃어버렸다고 해석했다. 고용의 몰락을 일을 재발명할 기회로 삼자는 저자의 주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고 자동화는 이미 시작됐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자동화와 비자동화 사이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자동화를 받아들이되,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자동성을 획득하고 기존의 자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기술 만능이나 혐오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실천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제시한다. 140쪽, 1만2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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