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인도와 중국 등 동북아의 철학으로 대별되며 불교, 유교, 도교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18세기 일본에서 그려진 ‘세 현인’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왼쪽부터 공자, 붓다, 노자를 담고 있다.  자료사진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인도와 중국 등 동북아의 철학으로 대별되며 불교, 유교, 도교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18세기 일본에서 그려진 ‘세 현인’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왼쪽부터 공자, 붓다, 노자를 담고 있다. 자료사진

-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 / 이정우 지음 / 길

유라시아 대륙 전체 살펴보며
1권 ‘지중해세계 철학’과 비교
보편적 시각으로 ‘흐름’ 조망

불교·유교·도교의 다질적 사회
현실세계 긍정에서부터 출발
존재탐구 보단 마음탐구 기여


철학과 교수라는 직함을 버리고 최초의 대안철학학교인 철학아카데미를 만드는 등 주로 강단 밖에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해온 이정우 씨가 ‘세계철학사2’를 펴냈다. 2011년 낸 첫째 권 ‘지중해세계의 철학’ 이후 7년 만에 둘째 권이 ‘아시아세계의 철학’이란 부제로 나왔다. 그는 세 번째 ‘근현대세계의 철학’을 끝으로 세계철학사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다. 세계철학사를 쓴 국내 철학자는 그가 유일하다. 그의 강의는 어렵고 복잡한 철학사를 명쾌하면서 현재의 앞서가는 사유의 틀과 연관지어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세계철학사 1·2’권에서도 그런 강점이 있다.

우선 그의 세계철학사는 기존 철학사와 구성체계가 다르다. 서구 학자들에 의해 쓰인 유명한 철학사의 대부분은 ‘서양철학사’로 이름 붙이는 게 맞는다. 소위 ‘동양철학’을 포함했다 해도 겨우 구색을 갖추거나, 서구 철학사의 전사(前史) 정도로 취급했다. 이른바 유럽 문명이 대개는 제국주의의 형태로 문명사의 흐름을 ‘근대성-모더니티’로 바꾼 결과다. 하지만 근대성은 20세기 들어 한계를 드러냈고, 이제는 ‘탈근대’의 양상이 난무한다. 그는 근대성을 극복하려면, 그 근대성의 그늘 아래 너무 쉽게 포기되고 묻혀버린 고중세의 전통 사유들에 대한 새로운 반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세계철학사의 흐름을 조망하기 위해 공간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그는 전통 철학의 전개 과정을 ‘지중해세계’와 인도와 동아시아로 이뤄진 ‘아시아세계’로 양분한다. 지중해세계는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둔 데 비해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인도와 거기서 시작됐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서 다시 꽃을 피운 불교, 그리고 유교, 도교 등 다질적(多質的)이다. 2권은 1권과의 비교 철학적 스탠스로 쓰였다.

두 세계의 철학적 사유의 흐름은 단계별로 동조(同調)하면서 철학사를 이뤄 왔지만, 근본적인 차이들이 있다. 저자는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두 세계의 두드러진 차이점으로 경험적 세계에 대한 상이한 태도를 든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현상세계의 실재성을 부정하는 데에서 출발한 데 비해, 아시아세계의 철학 특히 동북아의 철학은 그것을 긍정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인도의 경우는 서구 쪽에 가깝다. 허무주의를 넘어서고자 피시스나 아르케 등 형이상학에 골몰한 그리스 철학자들이 그것을 설명하고자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엄밀성으로 나갔다면, 동북아 철학자들은 ‘난세’를 ‘치세’로 바꾸는 현실적인 철학을 추구하며 인간적이고 역사적인 지혜를 구했다.

정치적인 환경도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 그리스와 공화정 로마가 민주정을 실시한 데 비해 아시아세계의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왕조’의 형태를 띠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은 민주정이 활발하게 전개된 아테네와 로마에서 만개했고, 인도와 동북아의 철학은 상고 시대의 강고한 권력이 와해된 공간에서 만개했다. 인도의 철학자들이 정치의 세계와 거리를 둔, 카스트제도에 의해 지배된 인도 사회 바깥에서 활동했다면, 동북아 철학자들은 정치의 심장부에서 ‘문사-관료’들로서 활동했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그리스-로마 철학과 인도 그리고 동북아 철학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띠게 됐다.

종교와의 연관성 또한 본질적이다. 그리스에서 유래한 철학 전통은 본래 다신교의 환경이었지만, 나중에 지중해세계는 ‘일신교’의 문명을 구축하며 철학자들은 그 그늘 아래서 ‘신과 세계와 인간’이라는 구도에 입각해 사유하게 된다. 반면 인도와 동북아에서는 다신교가 일반적인 형태였다. 힌두교가 인도를 장악하면서 불교는 결국 동쪽으로 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두드러진 차이는 지중해세계의 사유가 ‘작(作)’의 사유인 데 비해 동북아의 사유는 ‘생(生)’ 또는 ‘화(化)’의 사유라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자가 플라톤을 고비로 동일성의 철학을 구도로 하는 ‘제작적 사유’의 형태를 띠게 됐다면, 후자는 기의 흐름에 발맞춰가면서 현실의 생성을 사유했다. 종국적으로 지중해세계 철학은 ‘존재’의 탐구로 나갔고, 나중에 중국에서 선불교로 변한 불교를 포함한 동북아세계 철학은 ‘사람의 마음’의 탐구에 기여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851쪽, 4만 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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