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삶 활력소 ‘팬 문화’

"좋아하는 일 찾아 魂·熱 쏟는 것도 노후 준비"


경기 광주시에 사는 박선자(여·58) 씨는 최근 아이돌 그룹 ‘워너원’에 푹 빠졌다. 직장인 딸이 뭐에 홀린 듯 워너원이 광고하는 아이스크림, 화장품 등을 사올 때마다 속으로 혀를 찼었다. 그랬던 그가 우연히 가수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워너원의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을 접한 뒤로 자칭 ‘고모 팬’이 됐다. 박 씨는 “삶에 작은 활력을 준 아이들인 만큼 나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관련 ‘굿즈’(goods·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와 연관된 상품)를 하나씩 모으고 있다”며 “주책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도 아직 젊고, 마음만은 20대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처럼 5060의 ‘팬심’은 비단 동년배 연예인만을 향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마음을 뒤흔든 이들에 대한 ‘적극성’은 청년 못지않다.

한정란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2일 이들의 ‘팬 문화’에 대해 “개인적·사회적 변화가 동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우선 5060의 인구학적 특성에서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한 토대를 찾았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와 그 약간 앞을 포함한 세대는 교육도 많이 받았고,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매체에도 비교적 익숙한 분들”이라고 진단했다. 또 “좀 더 빠르게 정보를 접하고 흡수하는 게 일상화되다 보니 과거에는 엘피판을 이용해 음악을 반복적으로 들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음원을 찾아 듣는 문화에도 적응해 나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과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가족 문화에서 벗어나 자녀들과도 쉽게 소통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변화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더해졌다. 한 교수는 “결국 ‘세대 문화’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화’에 이 세대가 흡수돼 가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한 교수는 팬 문화가 활력 있는 삶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좋아하는 게 있고, 열심히 해서 내 혼과 열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건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신체적 활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다양성이 커진 사회에서 과거처럼 노인들은 민요나 트로트를 좋아해야 한다는 구분은 없어진 상태다. 한 교수는 “자기 취향대로 좀 더 활기찬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젊음’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 교수는 “5060, 나아가 70대 이상 어르신들조차도 노화를 부정하고 일명 ‘꽃청춘’ ‘꽃중년’으로 남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 더 젊게 살고 싶은 욕구, 젊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작용해 일부러 젊은 층이 향유하는 문화를 찾으려는 태도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 층과 소통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본인의 연령 정체성에 대한 자각도 중요한데, 자칫 노화라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부정할까 봐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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