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년 무렵 한국은 중국의 영화시장이 세계 2, 3위에 올랐다고 놀라워한 적이 있다. 이에 대비해 이런저런 대책이 나왔고 실행됐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후로는 오히려 크게 후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중국 영화시장의 위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위 말해 중국에서의 흥행이 살려낸 폭망(폭삭 망함) 직전의 대작 영화 리스트가 돌고 있다. 여기서 대작 영화란 할리우드 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블리자드의 야심작이었던 ‘워 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제작됐지만, 본무대인 북미에서 겨우 4736만 달러를 벌어들였을 뿐이다. 이 정도면 망해도 보통 망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2억1354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글로벌 총 흥행 수익이 4억3000만 달러였으니, 해외 수익의 거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이 영화처럼 북미시장보다 중국에서 더 흥행한 영화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가 적지 않다. 2016∼2017년에 나온 영화 중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트리플 엑스 리턴즈’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런지 할리우드 영화에 배경으로 갑자기 중국이 나오거나, 중국인 출연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 빈도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시장은 물론 투자자본 역시 중국 자본이라 할리우드 영화 속의 중국적 색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 속에서 ‘그레이트 월’은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만든 판타지 사극으로 중·미 합작영화이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에 맷 데이먼, 윌럼 더포와 같은 할리우드 유명스타가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제작비 1억5000만 달러를 들인 대작이기도 했다. 철저히 중국 입맛에 맞춘 영화로, 중국에서만 제작비를 뛰어넘는 1억7096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전 세계적으로는 3억 3455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최소한 중국시장만 만족시켜도 손해날 일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 대작은 중국시장을 포기하고는 제작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은 중국에서 개봉 첫날 270만 명이 보아 6200만 위안(10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도 얼마 전 재개봉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순수한 일본의 청춘물로 중국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다. 그래도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영화가 생각보다 중국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지만, 작품이 좋으면 꼭 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너의 이름은’이 보여준다. 지금까지 훌륭한 한국영화가 많이 제작됐지만, 1000만 영화를 넘어 1억 영화가 탄생하길 기원해본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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