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박 제3국 입항 금지돼
대북제재 역행 논란 불가피
文정부 시험용 카드 가능성
北은 “체류·이동 편의 고려”
대북 국제공조 균열 의도
韓·美간 조율 등 대처 주목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예술단의 남측 방문 경로와 관련해 만경봉 92호를 이용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함으로써 대북제재 역행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북은 대북제재 대상 가능성이 큰 만경봉호 입항을 통해 겉으로는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노력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돼 우리 정부의 대처와 한·미 조율 등에 눈길이 쏠린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 등 대표단의 이동 루트 등과 관련, 해로보다 경의선이나 동해선 등과 같은 육로를 선호했던 게 사실이다. 일면으로는 북한 대표단의 육로 이동 자체가 평창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해빙이라는 정부 목표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만경봉호 등 해로를 통한 방남을 제안할 경우 이것이 대북제재와 직결된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경봉호 입항은 5·24조치 위반이며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의 만경봉호를 통한 방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방남을 위해 만경봉호를 이용했던 일이 있다. 9700t 규모의 만경봉호는 내부에 식당, 영화관, 오락실, 목욕탕까지 갖추고 있어 남측의 도움만 받으면 올림픽 기간 내내 북한 대표단이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어 북 당국으로서는 선택하기 좋은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쪽의 발달한 자본주의 문화와 경제발전상에 북 대표단과 선수단이 노출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만경봉호를 통해 입경할 경우 대북제재 역행 내지는 위반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6년 12월 정부는 대북 독자 제재안을 발표하고 북한 선박의 영해 진입과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항구 입항을 금지했다. ‘북한 선박’에 만경봉호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북측이 예술단 이동과 체류의 ‘편의성’을 들어 만경봉호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예술단의 공연장소가 서울과 강릉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만경봉호를 이용해 남측의 대북제재 의지를 시험하는 한편 한·미 동맹에 대한 균열을 꾀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북 간 해빙 무드를 이용해 대북제재를 이완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구멍을 뚫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정부는 북한과의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정부 독자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 또는 유예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대북제재 5·24조치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입항을 금지하고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5·24조치의 예외조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유엔 제재 선박 관련 내용 등에 대해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의로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허민 선임기자·김영주 기자 minski@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