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해석 여지
교육부 “최종 시안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곧바로 폐기된 국정 역사교과서가 반년 만에 또다시 이념 논쟁에 휩싸였다.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한 정책연구진 안을 둘러싼 논란이다. 초안이 알려진 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갈등이 확산하자 5일 교육부와 평가원은 “정책연구진이 제시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평가원의 최종 시안이 아니다”라며 “평가원에서 최종 시안을 교육부에 보고하면,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최종 집필 기준을 확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가원은 이달 중 최종 시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의 핵심은 예전 집필 기준에는 쓰였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삭제됐다는 점이다. 평가원이 지난달 제3차 공청회에서 자료로 배포한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자료에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 대해 파악한다’고 표현돼 있고, 중학교 역사 집필기준 자료에도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이해한다’고 표현돼 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를 삭제할 경우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게 돼 국가 정체성 교육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그 산하기관이 용역·발주하는 정책연구는 연구 진행 상황을 정부와 공유하기 때문에 연구진 의견이 정부 정책 방향과 궤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다.

교육부가 당장은 “정책연구진의 제안일 뿐”이라며 선을 그어도 향후 정부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바른정당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이미 큰 홍역을 치렀다”며 “이 정부 들어 굳이 되돌리려는 것은 다시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되풀이하겠다는 작심”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사회과 교과서에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쓰여 통일성을 고려한 것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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