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
시청률 빼고는 다 좋았죠
다음엔 악인에 도전할래요”
“제 첫 멜로 연기에 대한 만족도요? 100점이요.”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를 마친 배우 유승호(사진)가 스스로에게 준 점수다. 7세 때 데뷔 후 줄곧 ‘국민 남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그는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키스신까지 무난히 소화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MBC 파업 기간 중 방송돼 들쭉날쭉한 편성 등의 이유로 시청률은 신통치 못했지만 그는 “시청률 하나 아쉬운 것 빼곤 다 좋았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드라마에 출연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고, 지금도 애착이 가서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로봇이 아니야’를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향후 로봇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나올 텐데 그럴 때마다 이 드라마가 재조명받을 것이라 확신해요.”
유승호는 극 중 인간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진 남자 민규를 연기했다. 그래서 여성 로봇과 교감하지만, 그 여성이 사실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의 빗장을 여는 캐릭터였다. 민규는 아역으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딘 후 또래들과 많은 소통을 하지 못한 유승호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기도 했다.
“실제 저의 삶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연기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요. 극 중 민규가 투정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실제 제가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모습이에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공감이 많이 갔어요.”
유승호는 아역 이미지를 벗고 성인 배우로 거듭난 드문 배우다. 유승호가 20대가 되자마자 일찌감치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마친 것은 그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던 ‘국민 남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내는 데 도움이 됐다.
“군대라는 게, 어른이 되는 상징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올해만 지나면 동원(예비역)도 끝나요. (웃으며) 진짜 민방위 아저씨가 되는 거죠. 아역 이미지를 벗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누군가 아역으로 활동하고 싶다면 저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가 억지로 그것을 시키려 한다면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드라마 두 편을 연이어 마친 유승호는 잠시 휴식기를 가질 계획이다.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 푹 자고 일어나 무료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요즘 조금 알게 된 술맛도 즐겨보려 한다. 기분 좋게 오르는 취기를 즐길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제가 제일 걱정했던 멜로라는 장르를 만족스럽게 끝냈으니 편하게 다음 작품을 고르려 해요. 급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악질 중의 악질이나 미스터리한 인물 등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연기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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